[형사] 요양병원에서 70대 치매 환자 극단적 선택…원장 등 의료진에 형사책임 못 물어
[형사] 요양병원에서 70대 치매 환자 극단적 선택…원장 등 의료진에 형사책임 못 물어
  • 기사출고 2022.06.1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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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환자 돌발행동 완벽 대비,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5월 12일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던 70대 환자가 울산 동구에 있는 요양병원 5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진 사고와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 요양병원의 원장이자 의사로서 이 환자를 치료했던 A씨와 수간호사, 간호사, 간호사무사 등 4명에 대한 상고심(2022도933)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파킨슨병과 치매 증세로 2019년 2월 12일경부터 이 요양병원 5층 집중치료실에 입소한 B(70)씨는 2019년 8월 7일 오후 2시 39분쯤 그곳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B씨가 투신한 창문은 여성 집중치료실에 있는 것으로, 사고 당일 오후 2시 13분 자신의 병상이 있던 집중치료실에서 나와 여성 집중치료실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간호사 등으로부터 제지받고 다시 집중치료실로 들어갔으나, 13분 후 다시 여성 집중치료실로 혼자 걸어간 후 오후 2시 35분쯤 투신했다.

B씨는 평소 우울증 증세가 있었고, 2019년 6월경부터 불안 증세와 초조함을 호소하며 침상에서 자주 내려오고 종종 난동을 부렸을 뿐 아니라 죽고 싶다는 말도 자주 했다. 검찰은 병원의 창문에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망이나 잠금장치, 열림제한 장치를 전혀 설치하지 않았고, 피해자를 제대로 주시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A씨와 수간호사 등 4명을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앓고 있는 파킨슨병에서의 치매, 파킨슨병 등이 자살 충동이나 자살행위가 그 병의 증상의 하나로서 일반적으로 예견가능한 것이라거나, 피해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피해자가 자살을 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예견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요양병원장 A에 대하여, "인력을 보충하거나, 창문의 시정 여부를 확인하고(피해자가 투신한 창문이 열려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당시 한여름이어서 냉방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창문은 닫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안전장치와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특히 3층 이상의 고층에서는 환자들이 창문의 접근을 금지하거나 창문이 열리는 정도와 위치를 조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피고인들이 취한 조치가 현재의 의료행위의 수준에 비추어 부족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투신한 창문의 구조나 크기, 위치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창문이 환자들이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나머지 피고인들이 공소사실과 같이 나머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계속 주시하면서 피해자가 투신한 창문에 가지 못하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다가 이 사건 창문은 일부러 과도하게 몸을 밀어 넣지 않는 이상 추락하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예측하기 어려운 환자의 돌발행동을 완벽하게 대비할 시설과 인력을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며 "원심의 판단에 업무상 과실치사죄에서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