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주한미군 아버지 따라 국내에서 8년 반 거주한 복수국적자에 한국 국적 이탈 허용해야"
[국적] "주한미군 아버지 따라 국내에서 8년 반 거주한 복수국적자에 한국 국적 이탈 허용해야"
  • 기사출고 2022.06.0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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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일시적 한국 체류…생활근거지까지 한국으로 보기 어려워"

주한미군인 아버지를 따라 국내에서 약 8년 반 거주한 복수국적자에게 한국 국적 이탈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일시적으로 한국에 체류 중이라도 생활근거가 되는 곳까지 한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4월 29일,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상실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국적자인 A(19)씨가 "국적이탈을 허용해달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65798)에서 이같이 판시, "국적이탈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의 아버지는 미국 군인으로서 근무형태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미국과 미국 외의 여러 지역을 오가며 근무하고 있는데, 2010년경 주한미군으로 파견되었다가 2012년경 미국으로 귀환하였고, 2018년경 다시 주한미군으로 파견되었다. 이에 따라 A씨도 미국 내 학교를 다니는 등 미국에서 생활하다가도 아버지의 해외 파견 시마다 부모와 함께 해외로 출국하여 생활하게 되었고, 한국에 입국한 때에도 미군기지 내 또는 미군기지 인접지에서 거주하며 미군기지 내부를 주 거점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A씨의 아버지는 2018년 주한미군 파견으로 용산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다가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Camp Humphreys)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A씨도 미국에서 다니던 학교에서 전학을 떠나, 용산 미군기지 내 서울 아메리칸 미들 하이 스쿨(Seoul American Middle High School), 평택 미군기지 내 험프리스 하이스쿨(Humphreys High School) 등에 재학하게 되었다. A씨는 미국 주소가 부여되고 미국 내 학교와 동일한 지위가 인정되는 위 학교들에서 통상의 미국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등 한국에 소재하고 있는 동안에도 실질적으로 미국에서와 거의 동일한 생활환경이 조성된 특수한 지역인 미군기지 내에서 주로 생활했다.

A씨는 만 17세였던 2020년 2월 법무부에 한국 국적을 이탈한다는 내용의 신고를 했으나, '국적법 14조에 따라 한국 국적을 이탈하려고 하는 사람은 외국에 주소(생활근거)를 두고 거주한 상태에서 국적이탈신고를 해야 하나, A씨의 출입국 기록과 제출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이탈신고 당시 국내에 생활근거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반려되자 소송을 냈다. 

국적법 14조 1항은 "복수국적자로서 외국 국적을 선택하려는 자는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주소지 관할 재외공관의 장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한국 국적을 이탈한다는 뜻을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적법 14조 1항이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재외공관을 통하여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실제 국내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자의 대한민국 국적 이탈을 제한함으로써 국내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자의 국적이탈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고 병역자원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 5. 4. 개정된 국적법에서 도입되었다.

A씨는 출생 이후 국적이탈신고 시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총 8년 6개월 25일간 한국에서 거주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생활근거가 되는 곳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서 원고는 국적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국적이탈신고 반려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의 조부모 등 친인척들 대부분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원고의 부모는 원고가 미국 내 주소로 두고 있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각종 예금, 대출, 보험 등의 금융계약을 미국에서 체결하는 등 경제생활의 근간을 모두 미국에 두고 있다. 특히 원고 아버지의 2018년 주한미군 발령으로 미국에서 사용하던 짐들을 매월 313.45달러를 지불하고 사설 창고에 보관 중인바, 원고와 그 가족들은 추후 아버지의 근무지 변경에 따라 다시 생활근거지인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 제1조에 규정한 합중국 군대의 구성원, 군무원 및 그들의 가족에게 부여되는 비자인 A3 비자를 부여받은 자로서 외국환거래법 및 외국환거래규정상 비거주자로 분류되는 점, 「재외국민 및 외국인의 부동산등기신청절차에 관한 예규」 제13조 제1항 제4호 다목은 주한미군에서 발행한 거주사실증명서를 외국인의 주소증명정보의 예시로 규정하고 있는데, 주한미군의 경우 본국(미국)에 별도의 주소가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해석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 및 그 가족의 주소를 정함에 있어서는 주한미군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함이 상당하다"며 "이처럼 원고의 아버지의 특수한 지위 및 파견근무형태, 원고의 한국 입국 경위 및 한국에서의 생활환경, 원고의 성장환경 및 가족관계, 원고와 그 가족의 경제적 생활기반의 소재 등 제반사정을 살필 때, 원고가 일시적으로 부친의 주한미군 근무로 인하여 한국에 체류 중이라 할지라도, 그 생활근거가 되는 곳까지 한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8년에 대한민국에 입국하고 심지어 원고의 부친이 미군기지 근처 아파트를 주거 목적으로 매수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부친의 주한미군 파견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체류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한 원고의 생활근거가 미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전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원고의 예외적이고 특수한 지위 및 상황을 고려할 때, 원고의 주소가 외국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국적이탈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고 병역자원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국적법 제14조 제1항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해석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