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업무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던 회사원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바람에 마주오던 차량과 부딪혀 사망했더라도 산재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숨진 회사원의 중앙선 침범 이유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산재보험법 37조 2항의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5월 26일 출장 업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로 사망한 A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두30072)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12월 18일 업무용 포터 차량을 운전하여 출장을 가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아산시에서 진행된 협력사 교육에 참석한 후 근무지로 복귀하기 위하여 포터 차량을 운전하던 중 오후 4시 10분쯤 평택시에 있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하는 바람에 반대편에서 오던 6.5톤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나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이 '고인(A)이 출장업무 수행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고인은 중앙선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하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선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항소심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37조 2항은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먼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A가 근무지로부터 약 47km 정도 떨어져 있는 아산시에서 1시간 30분 일정의 출장 업무를 마치고 이 사건 업무차량을 운전하여 돌아오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사고 당시 A가 중앙선을 침범하였으나, 중앙선 침범 이유가 무엇인지는 규명되지 아니한 점, 혈액감정 결과 A의 음주사실은 확인되지 아니한 점, 수사기관은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한 점, A가 1992. 3. 20.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 내지 교통사고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알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와 그로 인한 A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사고는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A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박성훈, 정영재, 조운형 변호사가 상고심에서 원고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