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아들 5명이 동의해 장남 땅에 가족자연장지 조성…신고 안 했다고 이전명령 잘못"
[행정] "아들 5명이 동의해 장남 땅에 가족자연장지 조성…신고 안 했다고 이전명령 잘못"
  • 기사출고 2022.05.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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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재량권 일탈 · 남용"

2017년 11월 아버지가 작고하자 아들들이 장남과 4남에게 장지를 물색하도록 했고, 장남과 4남은 다른 아들들의 동의를 받아 장남 소유의 김천시에 있는 토지를 장지로 결정하고, 이 땅에 부친의 묘를 조성하고 다른 곳에 있던 할아버지 묘를 이장했다. 그런데 이후 장남이 동의 없이 내 땅에 가족자연장지를 조성했다며 김천시에 민원을 제기, 김천시가 2020년 9월 사전 신고 없이 가족자연장지를 조성했다는 이유로 4남 등 다른 아들 4명에게 불법 자연장지 조성에 따른 원상복구 명령에 이어 장지를 2020. 12. 18.까지 이전하라는 내용의 불법 자연장지 이전명령처분을 내렸다. 

가족자연장지란 '면적이 100제곱미터 미만인 것으로서 민법에 따라 친족관계였던 자의 유골을 같은 구역 안에 자연장할 수 있는 구역'을 말하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16조 3항은 "가족자연장지 또는 종중 · 문중자연장지를 조성하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 시장등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지법 행정2부(재판장 박광우 부장판사)는 4월 28일 4남 등 장남을 제외한 아들 4명이 김천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21820)에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며 "불법 자연장지 이전명령처분을 각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장남과 4남이 나머지 원고들의 동의를 받아 장남 소유의 김천시 토지를 부친의 장지로 결정하고 2017년 11월 13일 이 토지에 부친의 묘를 설치하는 등 가족자연장지를 조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처분사유는 사전 신고 없이 가족자연장지를 조성했다는 것으로서 불법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장지가 위치한 토지는 장지의 조성자로서 부친의 상속인들 중 한 사람인 장남의 소유일 뿐만 아니라 장지가 조성되기 전 특정한 용도로 활용되지 않고 방치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장남 및 원고들은 장지에 부친의 유골 및 할아버지의 유골만을 봉분 없이 평장하였으므로 장지가 공익을 해할 정도로 큰 규모라거나 주위의 미관을 해친다고 보이지 않는 점, 원고들은 장지를 조성한 후 장남이 피고에게 민원을 제기할 때까지 2년 6개월 가까이 장지를 평온하게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1조 제1항 별표상의 제재처분 기준에 따라 불법 자연장지 이전명령처분을 하였으나, 위 제재처분 기준은 법규적 효력이 없는 행정 내부의 사무처리기준에 불과한 점, 더욱이 처분은 그 주도적 조성자인 장남을 장지의 조성자로 보지 아니하고 처분 상대방에서 제외함으로써 원고들과의 관계에서 그 형평성이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데, 사정이 이러하다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에 비해 처분으로 인해 원고들이 입게 될 불이익이 더욱 중하다고 판단되므로,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창공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