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위촉계약 맺고 근무한 오렌지라이프생명 지점장은 근로자 아니야"
[노동] "위촉계약 맺고 근무한 오렌지라이프생명 지점장은 근로자 아니야"
  • 기사출고 2022.05.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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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회사 지휘 · 감독 안 받아"

얼마 전 위탁계약을 맺고 근무한 한화생명보험 지점장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위촉계약을 맺고 근무한 보험회사 지점장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회사의 지휘 · 감독을 받지 않고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대법원 제1부(재판장 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4월 14일 옛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현 신한라이프생명보험)과 각 위촉계약을 맺고 지점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24명이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54372)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1심부터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을 대리했다.

원고들은 2000∼2015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과 각 BM(Branch Manager, 위촉 지점장)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의 각 지점을 운영하고 보험설계사를 모집하여 관리하는 등의 BM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5~2018년 업무를 종료한 뒤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BM의 주된 업무는 해당 지점의 행정적 사무, 재무 업무 등 담당 지점의 운영 · 관리, 보험설계사(Financial Consultant, FC)의 모집 · 위촉과 교육 · 관리 및 이를 통한 보험상품의 판매 및 계약의 창출인데, 그 기초는 BM과 FC 사이의 신뢰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어서 원고들은 자율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지점별 업무계획, 실적목표 등을 제시하고 그 달성을 독려한 것으로 보이나, 그 공지 또는 통보된 내용의 추상적 ·  일반적 성격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 내용을 정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은 피고가 본부장들을 통하여 원고들을 지휘 · 감독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원고들이 피고의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이상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업무를 위임하거나 그 업무수행결과를 취합하는 등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의사연락을 담당하는 직원이 필요하다 할 것이고, 본부장들이 그 업무를 수행한 것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BM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수당)는 1. 모집수당, 2. 계약서비스수당, 3. 고효율수당, 4. BM성과수당, 5. 수입안정수당, 6. BM라이온관리수당, 7. 활동수당, 8. 지점분할수당 등으로 나뉘는데, 이들 수당은 산정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위임업무의 성과 즉 실적을 기준으로 삼아 산정되고, 원고들은 세무서에 개별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위 수수료 등 수입에 대하여 사업소득으로 신고하였다(한편 피고는 보험계약이 2년간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FC, SM(Sales Manager, 일명 부지점장), BM에게 성과 수수료를 산정하여 선 지급하고 2년이 경과되기 전에 보험계약이 무효, 취소, 해지되는 등의 이유로 성과 수수료를 환수해야 하는데, FC, SM이 해촉되어 환수하지 못한 경우 일부를 BM으로부터 환수하고 있는바, 이는 BM이 사업자로서의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이 BM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수당)는 지점의 실적 결과에 기초하는 것이어서 지점 간에 상당한 편차가 있었고, 원고들 개개인을 놓고 보더라도 시기에 따라 수수료(수당)의 격차나 변동이 상당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원고들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지점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이 피고와 사이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들은 항소심에서 "다른 경쟁사의 보험상품을 취급하지 못하고 피고에 전속되어 장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점에 비추어 근로자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피고만의 BM으로 활동한 바 있으나, 보험업법 제85조 제2항은 같은 조 제3항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보험설계사가 자기가 소속된 보험회사 등 이외의 자를 위하여 모집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원고들이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을 취급하지 못한 것은 보험업법 규제의 결과일 뿐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지표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