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을 41기로 마치고 2013년부터 티브로드홀딩스,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의 사내변호사로 활약하던 조옥아 변호사의 호주행도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조 변호사가 인용한 스티브 잡스의 표현에 따르면, "Connecting the Dots(인생에 쓸모없는 우연은 없다)"의 결과라는 얘기다.
남편 따라 호주생활 시작
조 변호사는 흥국생명 준법감시팀에서 근무할 때인 2019년 1월 기업체에 근무하던 남편이 호주 발령을 받자 5개월 후 호주의 맥쿼리대 LLM 과정에 등록하고 남편을 따라 당시 다섯 살이던 딸을 데리고 호주로 옮겨 호주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한국변호사로서의 경력 공백 등을 걱정해 호주행을 주저했다고 한다. 2019년 6월 호주로 건너와서도 새로운 곳에서의 설레임과 흥미도 잠시. 조 변호사는 2019년 하반기부터 번진 호주의 전례 없는 산불로 인하여 '내가 알던 호주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고 3년 전을 회상했다. 그 후 몇 달 지나 산불은 잦아들었지만, 이번엔 호주에도 예외 없이 코로나 팬데믹이 덮쳤다. 조 변호사는 학교를 휴학했다. 딸도 어린이집을 그만두게 하고 어린 딸과 함께 6개월 가까이 집콕으로 보낸 것이 조 변호사의 호주에서의 초기 1년이었다.
1년쯤 지나 변호사 일 재개
그러나 이화여대 법대를 나와 한국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 변호사의 실력이 어디 갈까. 확진자 수가 많지 않아 2020년 하반기부터 호주의 일상생활이 회복되며 조 변호사도 그해 가을 H&H Lawyers에 외국변호사 즉, 한국변호사로 취업해 다시 변호사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 변호사는 "한국변호사로서 한국기업의 속성과 한국기업이 중요시하는 의사 결정 포인트 등에 대하여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기업의 호주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한국기업의 법무 관련 업무를 많이 하는 H&H Lawyers에 지원했다"며 "한국기업들이 호주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선 물론 호주법의 적용을 받지만, 그중 한국법과 다른 내용이 있다거나 한국법의 관점에서 더욱 주의해야 할 내용이 있는지를 함께 검토하여 한국기업들이 업무를 추진하는데 보다 더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H&H Lawyers에서의 업무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한국 모기업의 이사들이 호주 법인 이사의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한국법과 호주법이 상이하게 적용될 때 대응방법에 대하여 자문을 한다든가 또는 호주 규제기관에 대응할 때에도 호주법뿐만 아니라 한국법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자문한다는 게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다른 법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의외로 사안이 수월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기업 호주 진출에 도움 됐으면"
조 변호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하며 connecting dots를 하고 있으면, 10년 후에는 그 점들(dots)이 모두 모여 또 다른 새로운 길로 연결될 것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만, 호주에서의 업무경험을 살려 자신의 이름 석자가 '호주 그리고 변호사'라고 했을 때 누군가에게 상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녀의 개인적인 바람이다.
조 변호사는 또 "H&H Lawyers가 한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로펌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기업의 호주 진출에 도움이 되고 한-호간 상생관계에 일조할 수 있다면 더없이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