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어린이집 운영자가 어린이집 내 CCTV 삭제했어도 무죄
[형사] 어린이집 운영자가 어린이집 내 CCTV 삭제했어도 무죄
  • 기사출고 2022.04.0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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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훼손당한 자만 처벌, 직접 훼손 처벌대상 아니야"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월 17일 어린이집 내 CCTV 영상정보를 삭제했다가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울산 동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9044)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영유아보육법의 관련 규정은 CCTV 영상정보를 안전하게 관리 못해 훼손당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지 스스로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다.

A씨는 2017년 11월 22일경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아이(당시 5세)의 부모로부터 담임교사가 아이를 방치한 것 같으니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녹화내용을 보여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자 어린이집 취소 등을 우려한 나머지 나흘 후인 11월 26일 낮 12시쯤 CCTV 수리업자로 하여금 폐쇄회로 저장장치를 교체하도록 하고, 교체되기 전 영상정보가 기록되어 있는 저장장치를 숨기는 방법으로 2017년 11월 26일 이전의 녹화영상정보가 전부 삭제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영유아보육법 15조의4 1항은 '어린이집을 설치 · 운영하는 자는 아동학대 방지 등 영유아의 안전과 어린이집의 보안을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 ·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영유아보육법 15조의5 3항은 "어린이집을 설치 · 운영하는 자는 15조의4 1항의 영상정보가 분실 · 도난 · 유출 · 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의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 · 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영유아보육법 54조 3항은 "15조의5 3항에 따른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영상정보를 분실 · 도난 · 유출 · 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여기서 처벌의 대상이 되는 자 중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란 어린이집을 설치 · 운영하는 자로서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에서 정한 폐쇄회로 영상정보에 대한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를 뜻한다"며 "영상정보를 삭제 · 은닉 등의 방법으로 직접 훼손하는 행위를 한 자는 위 규정의 처벌대상이 아니고 행위자가 어린이집을 설치 · 운영하는 자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당한 자'라는 문언은 타인이 어떠한 행위를 하여 그로부터 위해 등을 입는 것을 뜻하고 스스로 어떠한 행위를 한 자를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고, 형사법은 고의범과 과실범을 구분하여 구성요건을 정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문언은 과실범을 처벌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를 처벌하는 위 규정은 폐쇄회로 영상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아 타인이 영상정보를 훼손하거나 그 밖의 다른 이유로 영상정보가 훼손된 경우 위와 같은 폐쇄회로 영상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어린이집 설치 · 운영자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폐쇄회로 영상정보를 직접 훼손한 어린이집 설치 · 운영자가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은 '영상정보가 분실 · 도난 · 유출 · 변조 또는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해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정하고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은 그러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인데, 어린이집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규정은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보육교사 등에 의한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와 그 위반에 대한 처벌을 정한 위 규정은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 녹화로 인한 원장, 보육교사와 영유아의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하고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따라서 영유아보육법 제54조 제3항에 따라 처벌되는 자는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반하여 영상정보가 훼손당하는 등으로 결과적으로 원장, 보육교사와 영유아의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을 의무를 위반한 자를 가리키고, 여기에 스스로 영상정보를 훼손한 자까지 포함한다고 보는 것은 규정 체계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 제73조 제1호는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5 제3항, 제54조 제3항과 유사하게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개인정보를 분실 · 도난 · 유출 · 위조 · 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면서 제59조, 제71조에서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 또는 유출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으나, 영유아보육법은 제56조에서 제15조의4 규정을 위반하여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 · 관리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71조와 같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 또는 유출한 자'를 처벌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이러한 영유아보육법의 규정 태도는 '영상정보를 스스로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 또는 유출한 자'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