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새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 전망
[Special Report] 새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 전망
  • 기사출고 2022.04.06 08: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 플랫폼 자율 규제, 동일인관련자 범위 축소 가능성 등 주목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를 3대 경제정책 중 하나로 삼아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기반을 구축한다"라는 목표 하에 공정거래 정책을 운영하였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 역시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면서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여러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 모두 "공정"이라는 주제 내지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두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은 여러 국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공약집, 그간의 행보 등을 바탕으로 차기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 변화를 예측해보기로 한다.

1.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윤석열 당선인의 입장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플랫폼 분야 특유의 역동성 및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 시 최소 규제"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는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경쟁했던 이재명 후보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플랫폼법)' 즉각적인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과 대비된다.

◇고기승 변호사
◇고기승 변호사

온라인플랫폼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 6월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을 발표한 이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이 추진된 법안이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어느 부처에서 담당할지, 적용 대상 사업자를 어디까지 할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검색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할지 등의 문제로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2022년 1월 임시 국회 처리가 무산되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자율 규제 · 최소 규제'의 기조 아래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은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자율적 상생 방안이 있다면 이를 우선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바 있고, 온라인플랫폼법의 핵심 규제 사안인 알고리즘 공개에 대해서는 "알고리즘이 경쟁력의 원천이어서 공개 의무화는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규제 대상 사업자의 범위를 축소하거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알고리즘 공개 의무를 포함시키지 않는 내용의 법 제정이 논의될 가능성과 함께 현행 공정거래법 외에 별도의 입법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작년 4월 8개 대기업 집단이 공정위와 함께 "단체급식 일감 개방"을 선포한 것처럼 주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율적 상생 방안"을 모색하여 당선인이 말하는 "자율 규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 공정위 전속고발 제도의 유지 · 보완

윤석열 당선인은 공정위의 전속고발 제도와 관련하여 i)"엄정하고 객관적인 전속고발권 행사", ii)"의무고발 요청제와의 조화로운 운용"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전속고발권의 유지"는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밝힌 입장(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중대범죄인 경성담합 억제 등 공정한 경제질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에서 변화된 것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가 기업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차기 정부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의 확대 개편에 비추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법적 집행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무고발요청 적극 활용' 여지

의무고발요청제는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타 정부기관(감사원 · 중소벤처기업부 · 조달청)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그 요청에 응하는 제도이다(공정거래법 제129조 제4항). 전속고발제도에서 공정위의 고발권이 적극 행사되지 않는 단점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공약집 중 "의무고발요청제와의 조화로운 운용"이라는 표현은 "의무고발요청의 적극적 활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수범자 입장에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이 문제될 경우 공정위의 고발 결정 외에 타 정부기관의 고발 요청에도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3. "甲乙관계" 개선 정책 유지 가능

현 정부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갑을관계"의 개선은 차기 정부에서도 주요한 공정거래 정책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갑을관계 개선과 관련하여 ⅰ)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를 예방하는 시스템 구축, ⅱ)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의 연동 제도의 도입을 주된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공정위는 2017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전면적인 직권조사를 실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요구 · 유용행위(하도급법 제12조의3)를 규제해오고 있다. 이에 더해 차기 정부가 '기술탈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만큼 기술자료 요구 · 유용 행위와 관련된 규제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술자료와 관련하여 하도급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중소기업기술보호법 등을 통해 중복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이 초래되고 있다는 재계의 반발도 심한 만큼 "규제혁파"를 주요 공약을 제시한 차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납품단가에 원자재 가격이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 상생협력법, 하도급법은 '공급원가' 변동 시에 수탁기업 · 수급사업자가 납품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상생협력법 제22조의2 제1항, 하도급법 제16조의2 제1항 제1호). 다만, 2021년 실시된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만이 하도급대금 조정제도를 활용한 적 있다고 답변했다. 결국 두 법에서 정하고 있는 납품대금 조정제도의 운영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 i)위탁자에게 수탁자의 납품대금 조정 신청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ii)원자재 가격이 납품단가에 "자동적으로 연동"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4. 공정거래법상 동일인관련자 범위 축소 가능성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조는 동일인의 혈족 6촌 · 인척 4촌까지를 동일인관련자로 규정한다. 이러한 동일인관련자의 범위가 과도하게 넓다는 지적이 있다. 대규모기업집단의 동일인은 매년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 및 당해 친족이 지배하는 회사의 정보를 취합하여 공정위에 제출하여야 하는데, 일면식도 없는 친족에게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제출자료에 "누락"이 발생한 경우 동일인(총수)이 형사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의 우려가 있다. 공정위도 내부적으로 동일인관련자로서 친족의 범위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대통령령으로 규정

따라서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의 범위를 종전(혈족 6촌, 인척 4촌)보다 좁게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동일인관련자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변경이 용이하다. 2009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동일인관련자인 친족의 범위 중 "8촌 이내 혈족" 부분이 "6촌 이내 혈족"으로 축소된 이후 십여 년 만에 동일인관련자의 범위가 다시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드러난 차기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은 기존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변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고기승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ksko@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