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서면결의서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을 해임한 것은 무효라는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성 부장판사)는 3월 2일 서울 동작구에서 재개발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설립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 이사, 감사였다가 2021년 12월 24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각 해임된 4명이 조합을 상대로 낸 효력정지가처분사건(2021카합22041)에서 "이 사건 결의는 의사정족수가 충족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채권자들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을 구할 피보전권리가 소명되고, 나아가 신청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그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판시, "본안소송 판결 확정시까지, 조합이 2021. 12. 24. 총회에서 한 안건에 대한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A씨 등 5명이 조합 측에 보조참가했다. A씨 등 5명은 발의자공동대표 자격으로 2021년 12월 2일 채권자들의 해임안건 등을 목적사항으로 하는 임시총회를 12월 17일에 개최한다고 공고했다가, 개최일자를 변경하여 12월 24일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이 임시총회에 전체 조합원 685명 중 400명이 참석하여 과반수 찬성으로 채권자들의 해임 등 안건이 가결되었으며, 임시총회 의사록에는 참석자 400명 중 서면결의서 제출이 391명, 직접 참석이 9명으로 기재되어 있다.
재판부는 "2021. 12. 24. 임시총회 당시 채무자(조합)의 조합원 수는 685명이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43조 제4항 및 채무자의 정관 제18조 제3항에 의한 이 사건 결의의 의사정족수가 충족되려면 조합원의 과반수인 343명 이상이 필요한데, 한편 임시총회의 의사록에는 임시총회에 조합원 400명(=서면결의서 제출 391명+직접 참석 9명)이 참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보조참가인들이 제출한 서면결의서 등 총회 자료에 의하면 위 의사록 기재와 달리 실제 서면결의서 제출자는 372명, 직접 참석자는 7명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위 서면결의서 제출자 372명 중 135명은 '자신이 임시총회와 관련하여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고, 보조참가인에 의해 제출된 서면결의서는 위조된 것이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고, 실제로 보조참가인들이 제출한 서면결의서 상의 필적과 위 사실확인서 상의 필적도 서로 다른 점 등에 비추어 위 135명의 서면결의서는 위조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372명 중 위와 같이 위조된 135명의 서면결의서를 제외하면 이 사건 결의의 의사정족수는 채무자의 조합원 과반수에 미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2021. 8. 10. 신설되어 2021. 11. 11.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45조 제6항과 제9항은 조합원이 총회에서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조합은 서면의결권을 행사하는 자가 본인인지를 확인하여야 하고, 본인확인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였는데, 위 개정조항의 취지가 단체법적 법률관계의 객관성, 명확성, 안정성을 위하여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되는 이상, 비록 위 법률 조항 시행에 따른 구체적인 본인확인방법이 채무자의 정관에 반영되어 개정되지는 않았더라도 임시총회 당시 채무자로서는 서면의결권을 행사하는 자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였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보조참가인들이 제출한 서면결의서에는 신분증 사본 등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고, 달리 채무자나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하는 보조참가인들이 이들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