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현희의 실체를 보았다/안동일/동아일보사
나는 김현희의 실체를 보았다/안동일/동아일보사
  • 기사출고 2004.07.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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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변호인이 재판 기록을 기초로 풀어 낸 'KAL 858기 폭파 사건'의 법정드라마
'KAL 858기의 폭파범' 김현희의 변호인으로 활약했던 안동일 변호사가 최근 펴낸 책 "나는 김현희의 실체를 보았다"는 내용 외에도 눈여겨 볼 부분이 적지 않다.

◇지난 6월말에 있은 출판기념회...
담당변호사가 기록으로 남긴 재판에 관한 사실상 최초의 저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재헌 변호사와 함께 김현희의 1심 국선변호인으로, 2 , 3심에선 사선변호인으로 활약했다.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으로 남겨 후일의 역사가나 법률전문가들이 보게끔 하자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안 변호사는 '김재규 재판'의 변호인으로도 유명하다.

올해로 25주년이 되는 '10.26'을 기념해 '김재규 재판 이야기'를 준비해 왔으나 얼마전부터 KAL 858기 사건에 대한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김현희 재판 이야기'를 먼저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토씨 하나 기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재현"

"기소부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재판 상황을 가급적 리얼하게 그대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안 변호사는 "토씨 하나 기침소리 하나 놓치지 않으려 했다"며 "독자들이 재판장, 방청객의 입장이 돼서 역사적인 사건의 실체를 직접 판단해 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책은 ▲첫번째 재판 날(검찰의 직접신문) ▲두번째 재판 날(변호인의 반대신문) ▲재판장의 신문과 증거조사 ▲구형, 변론, 그리고 1심 판결 선고 ▲항소심에서 대법원 확정까지 등 모두 9개의 장(章)중 5개 장이 재판기록을 중심으로 재판의 순서를 따라가며 사건의 실체를 조명하고 있다.

증거조사와 증인 신문에 이르기까지 형사 재판의 FM교과서처럼 재판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의 범인이지만 변호인으로서 그를 변호하지 않을 수 없었던 변호사로서의 입장도 잘 그려져 있다.

"피고인이 자백한 사건이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모두 부동의 했습니다. 그대신 김현희는 북한 김정일의 살아있는 도구로 이용당한 것이라는 간접정범이론과 범죄를 회피할 기대가능성이 없었으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춰 변론을 펴 나갔지요."

안 변호사는 이를 위해 "외교관의 딸이었던 18세의 김현희가 꼭두각시 특수공작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집중 부각시켰다"며 "따라서 유죄가 되더라도 방조에 불과하며, 정상참작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검찰의 주장대로 공동정범으로 판정돼 1 , 2 , 3심 모두 사형이 선고됐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숲을 보아야…관계당국 나서 의혹 해명할 때"

김현희가 가짜라는 등 이 사건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안 변호사는 김현희를 변호했던 변호사로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KAL기 폭파범이 북한 김정일의 지령을 받은 김현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만큼 김현희의 자백은 신빙성에서 완벽했어요. 숲을 보아야지 나무 곁가지에만 매달려선 안되지요."

그러나 초기의 수사 미진이라든가 유족에 대한 배려 등 이후의 사고 수습과정에 있어서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은 관계당국이 직접 나서서 모든 의혹에 대한 명확하고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리하여 17년동안 가슴속에 묻어 둔 유가족들의 한과 궁금증을 풀어 주어야 할 것 아닌가요."

책 앞부분에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만족할 만한 해답을 주지 않는 듯하여 김현희를 변호한 나로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적고 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