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주선업체를 통해 결혼한 베트남 신부가 입국 한 달 만에 가출하자 한국인 남편이 혼인무효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외국인 신부가 남편과 생활하기 시작한 이후 단기간에 가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혼인무효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종전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월 10일 A(40대 초반)씨가 베트남 국적의 B(여 · 20대 후반)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확인소송의 상고심(2019므12044, 2019므12051)에서 이같이 판시, "A씨와 B씨의 혼인은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B씨는 2017년 11월 12일 입국한 뒤 A씨 집에서 함께 생활했으나, 한 달 후인 12월 12일경 외국인등록증을 받고 그 다음날 여권 등을 소지한 채 가출해 A씨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고, B씨의 가족도 B씨의 가출 이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또 혼인이 무효라고 판단한 항소심에 따르면, B는 A와 혼인생활을 시작한 이후 A와 성관계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으며 피임약을 복용하였다.
대법원은 먼저 "한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할 때에는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혼인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혼인신고 등의 절차를 마치고 혼인증서를 교부받은 후 베트남 배우자가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하여 혼인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 같이 한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하기 위해서는 양국 법령에 정해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언어 장벽이나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도 감안하여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2017. 11. 12. 한국에 입국하여 2017. 12. 13. 가출하기까지 원고와 함께 생활하였고, 피고는 결혼동기에 관하여 원고가 '결혼을 하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여 결혼을 결심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피고는 한국에 입국한 직후부터 원고의 부모, 형과 함께 살게 되면서 피고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원고가 피고의 생활에 간섭하는데도 생활비가 부족하여 원고와 갈등이 생겼다"고 지적하고, "베트남 국적의 여성인 피고가 한국에 입국한 다음 단기간 내에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포함하여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 합의를 부정할 수는 없고, 피고가 진정한 혼인의사를 가지고 결혼하여 입국하였더라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인 부적응, 결혼을 결심할 당시 기대했던 한국 생활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단기간에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B씨에게 처음부터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주위적 청구로 혼인무효 확인을, 예비적 청구로 이혼을 구했는데, 파기환송심에서는 주로 예비적 청구인 이혼 사건에 관하여 그 책임 소재와 이혼 당부가 다투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