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은 규제가 자주 변경되고, 새로운 내용이 도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규제 변화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2년 또한 마찬가지로, 아래에서는 지난 1월 발표된 공정위 주요 업무 추진계획 내 하도급법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2022년 2월 1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하도급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1. 2022년 공정위 주요 업무 추진계획
공정위는 2022년 주요 추진과제를 발표하면서 핵심과제 중 하나로 '대 · 중소기업 간 포용적 거래환경 조성'을, 현안과제 중 하나로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속하고 내실 있는 대응 및 피해구제'를 선정하였다. 우선 공정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거래조건을 개선하고 협상력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대기업집단 1차 협력사의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 공시를 위한 세부 절차, 중소기업중앙회의 하도급 대금 조정협의 방법 ·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하였다.
자동차 분야, 거래 실태 점검
또한 공정위는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자동차 분야 하도급 거래 실태를 점검하고, 화학 등 전속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며, 표준비밀유지계약서 제정 · 배포, 기술유용 익명제보센터 설치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자료에 대한 보호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공정위가 명시적으로 언급한 업종에 속한 원사업자들은 규제당국의 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재 진행 중인 하도급거래의 계약 내용, 대금지급 상황 등과 관련하여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개정 하도급법 관련 주요 내용
2022. 2. 18.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와 기술자료에 대해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수급사업자가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경우, 원사업자는 해당 기술자료를 제공받는 날까지 해당 기술자료의 범위, 기술자료를 제공받아 보유할 임직원의 명단, 비밀유지의무 및 목적 외 사용금지, 위반시 배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된 비밀유지계약을 수급사업자와 체결하여야 한다(개정 하도급법 제12조의3 제3항). 만약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와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원사업자는 시정명령, 과징금, 벌점 및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한편 개정 하도급법은 공정위가 표준비밀유지계약서의 사용을 권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는데, 이는 법 시행 이후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개정 하도급법 부칙 제2조). 이와 관련하여 공정위가 제정한 표준비밀유지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살피면, (i)사전 서면동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원사업자는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공개하여서는 아니 되고, (ii)목적 외로 사용하여서도 안 되며, (iii)비밀유지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원사업자가 고의 · 과실의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iii)'기술자료의 명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면서 기술자료의 비밀관리성 여부와 관련하여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확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앞으로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로부터 하도급법상 기술자료를 제공받게 되면 비밀유지계약도 체결하여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숙지하여야 한다. 특히 공정위, 중기부를 비롯한 여러 규제당국이 누차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두텁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새롭게 도입된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누락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정 하도급법은,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상대방 당사자에게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상대방에게 제출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없으나, 제출 대상이 되는 자료가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영업비밀에 해당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법원은 (i)자료의 기재에 대한 신청인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ii)나아가 신청인이 자료의 기재를 구체적으로 주장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고, 그 자료로 증명하려는 사실을 다른 증거로 증명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때에는 신청인이 자료의 기재로 증명하려는 사실에 관한 주장(예컨대 원사업자의 발주 취소 등)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게 하였다.
아울러 개정 하도급법은 소송 과정에서 영업비밀 유출을 최소하기 위해 비밀심리절차, 비밀유지명령, 소송기록 열람 청구 통지 등의 규정도 마련하였는데, 이는 이번 개정 하도급법 시행 이후 제기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부터 적용된다(개정 하도급법 부칙 제3조).
금번 도입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도는 하도급법에 특유한 것은 아니고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전면개정 공정거래법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공정거래법 관련 분야 전반에서 손해배상소송과 관련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만큼 이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령 자료제출 신청인이 자료의 기재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은 무엇인지, 자료로 증명할 사실을 다른 증거로 증명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는 어떠한 것인지,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경우는 어떠한지 등에 관하여 당사자들 간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자료제출명령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개정 하도급법 시행령 관련 주요 내용
상기 개정된 하도급법의 내용을 반영하여 개정 하도급법 시행령(2022. 2. 18. 시행)은 원사업자가 보존해야 하는 서류에 비밀유지계약서를 추가하였다. 원사업자는 비밀유지계약서를 7년 간 보존하여야 하는데(개정 하도급법 시행령 제6조 제2항), 이는 하도급대금이나 감액과 관련된 서류, 목적물 등의 검사 결과와 관련된 서류 등 여타 보존의무가 있는 서류에 비하여 보존기간이 길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단, 기술자료 제공 요구와 관련된 서류는 동일함)
7년간 보존해야
개정 하도급법 시행령은 비밀유지계약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사항을 정하였는데, 기술자료의 사용기간, 기술자료의 반환 · 폐기 방법 및 일자 등도 추가로 규정되었다. 새롭게 사용하게 될 비밀유지계약서에 이러한 기재사항이 누락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석근배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gbseok@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