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의 풋옵션 행사를 둘러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 사이의 분쟁과 관련,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한 부장판사)가 2월 10일 무죄를 선고한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 2명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3명에 대한 공인회계사법 위반 공소사실(2021고합177 사건)은 풋옵션 주식에 대한 안진의 평가보고서가 고의의 허위보고인지 여부(공소사실 1항)와 부정한 청탁에 따른 금품수수 혐의(공소사실 2항) 두 가지다.
두 공소사실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인데, 검찰이 항소해 다시 한 번 항소심에서 유무죄가 가려지게 되었다.
판결문을 토대로 1심 재판부의 판단 내용을 소개한다.
첫째, 평가보고서가 고의의 허위보고인지 여부. 공인회계사법 15조 3항은 '공정 · 성실의무등'이란 표제 아래, "공인회계사는 직무를 행할 때 고의로 진실을 감추거나 허위보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재판부는 "안진 회계사들이 가치평가업무 수행 과정에서 전문가적인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의뢰인 측이 이 사건 가치평가에 적용할 평가방법, 비교대상 기업과 거래의 범위 등 평가인자 및 가격을 결정하여 이 사건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의뢰인 측(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치평가방법은 EV 평가방법을 제외하고는 안진의 업무제안서에 이미 언급된 내용이고, 안진은 의뢰인 측에 평가방법, 가격배수 등 평가인자를 설명하였으며, 이 사건 평가보고서에 기재된 비교대상회사 및 거래는 모두 위 설명 과정에서 언급된 것이고, 의뢰인이 보유계약자산잔액은 일반적인 가격배수가 아니므로 제외하는 것이 어떤지 질의하였으나, 안진의 의견대로 이 사건 평가보고서에 포함되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평가보고서와 다른 평가방법을 적용하면 더 높은 결과값을 얻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안진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가치평가접근방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고, 의뢰인 측에 유리한 가치평가접근방법만을 적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2018. 11. 21. 의뢰인 측에서 안진 측에 보낸 이메일의 '투자자들 내부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말의 의미는, 당시의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안진이 결과값을 정리해 주면 의뢰인 측의 질문 내지 의견을 정리하여 알려주겠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검사는 재판에서 2018. 11. 22. 안진 측에서 의뢰인 측에 보낸 이메일의 '결과값에 대해 confirm 주시면' 이메일을 근거로 "안진이 이 사건 평가보고서 제출 당일 오전까지 평가방법, 평가인자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정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해당 이메일 직전까지의 상황, 이메일의 전체적인 취지, confirm의 사전적 의미, 안진이 이 사건 가치평가 초기부터 의뢰인 측에 평가방법 및 평가인자를 설명하고 결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이메일의 의미는 추가로 산정된 결과값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을 구하는 의미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이메일의 '최종단가에 증발공과 상증법을 통한 평가가액 포함 여부에 대해서도 말씀주시면' 부분은 포함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이 있는지 다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평가방법이 정해져 있는 감사와 달리 이 사건과 같이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안진이 의뢰인 측으로부터 다른 의견을 제시받아 전문가로서 그 의견을 합리성을 따져 수용여부를 결정하였다면 의견 교환의 횟수가 많다는 사정을 들어 의뢰인 측이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평가보고서에서 의뢰인 측 의견이 수용된 주요 부분인 ①1차 초안에서 결과값을 범위로 제시했다가 단일값으로 변경한 부분은 적정한 것으로 보이고, ②GTC 비교대상거래에서 2015년 이전 사례를 제외한 부분은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업무 가이드라인 규정, 증인 김 모씨의 진술에 비추어 비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두 번째 공소사실인 '부정한 청탁에 따른 금품수수에 의한 공인회계사법위반죄 및 위촉인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함에 의한 공인회계사법위반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이 법원의 인정사실(이 사건 평가보고서 작성 과정 및 보고서 내용)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의뢰인 측이 안진 측에게 평가방법 및 평가인자를 정해주고 그대로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달라고 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이에 따라 안진 회계사들이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의뢰인 측으로 하여금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인회계사법 22조 4항은 "공인회계사는 제2조의 직무를 행할 때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 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위촉인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이에 가담 또는 상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