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펜 훔쳤다고 오인해 9세 여아 몸 뒤진 서점 주인 무죄
[형사] 펜 훔쳤다고 오인해 9세 여아 몸 뒤진 서점 주인 무죄
  • 기사출고 2022.02.0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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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피해자 승낙 · 정당행위…위법성 없어"

대구 북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A(여 · 37)씨가 2020년 12월 18일 오후 3시 11분쯤 B(9)양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친 것으로 오인해 B양의 패딩 점퍼 주머니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확인했다가 형법상 신체수색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B양이 주머니 뒤지는 것을 승낙했고, 위법성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A씨는 서점 외부에서 휴대전화기로 서점 내부 CCTV 영상을 확인하던 도중 B양이 펜이 진열되어 있는 서점의 벽면 쪽에서 팔을 펜 진열대 쪽으로 수차례 뻗었다가 길쭉한 물체를 주머니에 집어넣는 장면을 보게 되자, B양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친 것이라고 생각하여 서점 안으로 들어와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B양이 주머니에 넣은 물체는 길쭉한 막대 모양으로 포장된 민트 캔디로 확인됐다. 이후 A씨가 휴대전화기로 B양에게 B양의 모습이 녹화된 CCTV 영상을 보여주자 B양은 패딩 안쪽에 입고 있던 조끼의 양쪽 주머니를 뒤집어 A씨에게 보여주며 확인시키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이 오해한 것에 대해 B양에게 사과한 후 B양을 귀가시키고, B양의 어머니에게도 전화해 상황 설명과 함께 사과를 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A씨는 "B양이 주머니를 뒤지는 것을 승낙했고,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상오 부장판사)는 1월 26일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1고합456). 송도근, 박무늬 변호사가 A씨를 변호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적어도 묵시적으로 승낙하였다고 보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승낙하지 않은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으로 인해 형법 제24조에 따라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를 수색한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건 당시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를 넘어서는 위법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 서점에는 어린 학생들로 인한 도난 사고가 빈발하였고, 과거의 도난 사고에 관한 CCTV 영상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진열된 물건을 팔소매, 주머니 또는 메고 온 가방에 넣거나, 여러 개의 물건을 고른 다음 그 중 일부는 주머니에 넣고 일부는 계산대로 가지고 와 계산하는 모습 등이 확인된다"며 "피고인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다고 착오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