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IP Law] 독일 특허법의 개정과 특허소송에의 영향
[리걸타임즈 IP Law] 독일 특허법의 개정과 특허소송에의 영향
  • 기사출고 2022.02.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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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는 지난 수년간의 특허법 개정 논의를 마무리하고 작년 8월 17일에 개정된 특허법을 공포하였다. 개정법은 침해소송과 무효소송의 이원화 체계가 가지는 시간적 격차(Injunction gap)를 동기화하는 규정(제83조), 특허소송에서 제출되는 자료에 대한 영업비밀보호 규정의 적용(제145a조) 등 실무상 중요한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며, 가장 주목받는 것은 특허권자의 침해금지청구권을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제139조 제1항)을 도입한 것이다.

작년 8월 개정법 공포

제83조는 금년 5월 1일에 시행될 예정이며, 제139조 제1항과 제145a조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개정은 독일 침해소송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특허괴물'이라고 불리는 특허 비실시 기업(Non-Practicing Entity, "NPE")의 침해금지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 특허법 개정의 배경과 시행 이후 예상되는 독일 특허소송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봉돈 변리사
◇최봉돈 변리사

글로벌 지식재산권 관련 매체인 IAM이 2021년 5월에 발표한 특허소송 전략에 관한 조사 보고서(IAM Special Report: Global Patent Litigation Survey)에 따르면, 관련 전문가들은 국제적 특허소송의 관할지로 독일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침해소송의 진행 속도, 침해금지판결의 가집행 가능성, 법원의 특허소송 경험, 소송비용 등을 고려할 때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특허권자에게 친화적인 지역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유럽 내 특허소송의 과반수가 독일 법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특허소송 과반수 獨 제기

최근에는 한국기업들 또한 독일에서 제기되는 국제적 특허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가 일본 디스플레이 기업인 JOLED로부터 미국과 독일에서 특허침해소송을 당하였고, 태양광 기업인 한화큐셀은 2019년 Jinko Solar 등의 중국기업을 상대로 미국, 독일, 호주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였다. 따라서 최근의 독일 특허소송 제도의 변화는 한국기업들도 향후 독일에서의 분쟁에 대비하여 관심을 가지고 확인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 하겠다.

독일 특허법은 특허권을 독점배타권의 성격으로 중요시하며 금지청구권을 특허권자가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독일 법원은 1심에서 침해가 인정되면 자동적으로 금지명령이 발부되고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금지명령의 가집행을 승인하는 자동적 금지구제체계(Automatic injunction system)를 일반화하고 있었다.

자동 발부 금지명령 개정 목소리

산업기술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나타난 자율 주행차와 사물인터넷과 같은 융복합기술 제품은 하나의 제품에 수많은 특허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각각의 특허권은 제품의 구성에서 작은 기술적 요소만을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트렌드의 영향으로 독일 법원에서의 자동차와 통신분야 특허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하는 "커넥티드카 분쟁"(Connected cars disputes)에서는 작은 세부 기술요소에 대한 하나의 특허가 자동차 제품군 전체의 판매를 금지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자동차 및 통신 업계 등에서는 독일의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2016년 BGH 판결 후 태도 변화

독일 연방대법원(BGH)은 2016년의 "열교환기"(Heat exchanger) 판결(XZR 114/13)에서 예외적인 경우에 침해금지 청구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여, 자동적으로 금지명령을 승인하던 법원의 태도에 변화를 보였다.

이 사건은 차량 지붕을 개방할 수 있는 컨버터블 자동차의 시트에 구비되어 탑승자의 어깨 부분에 온풍을 불어주는 난방장치에 관한 것으로, 벤츠 브랜드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다임러(Daimler AG)가 피고회사였다.

1심과 2심에서 승소하였던 다임러가 연방대법원에서 패소하면서, 주문 제작 중인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금지명령의 집행을 유예하고 사용기한(Use-up periods)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연방대법원은 예외적인 경우에 침해금지 청구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도 해당 난방장치가 차량운행에 필수적 구성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금지청구권의 제한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 판결 이후 2건의 침해소송에서 침해자가 금지명령의 일정기간 집행 유예를 요청하였으나 독일 지방법원은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이 중에서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사건(4a O 137/15)은 제3자 및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이 주요 쟁점이 되었던 인공 심장판막 장치에 관한 것이었으나, 법원은 열교환기 판례가 제3자 및 공공의 이익을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특허법도 비례성의 고려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금지명령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해당 법원이 금지명령 가집행의 조건으로 9천만 유로의 높은 보증금액을 명령하였으며, 영국에서 진행된 동일 사건에 대해 영국 고등법원은 금지명령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판결을 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판결 사례들을 기반으로 개정된 특허법 제139조 제1항은 특허침해의 금지명령 구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예외적인 경우에 그 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제한 요건으로는 개별 사건의 특별한 사정 및 신의칙에 근거하여 침해자에게 비례성의 원칙에 반하는 어려움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고, 추가적으로 제3자의 어려움을 같이 고려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이번 법개정의 근거를 제공한 열교환기 판례와는 달리 금지명령이 제한되는 경우에 침해자가 특허권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여야 하며, 이러한 보상은 기존에 존재하던 제139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6개월내 '특허 유효성' 의견 내야

더불어 개정법은 특허법원이 무효소송의 접수 후 6개월 이내에 관련 침해소송이 진행되는 지방법원에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도록 규정하여, 지방법원이 이를 바탕으로 침해소송의 중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게 하였다. 지금까지는 통상 1년 이내에 1심 판결이 나오는 침해소송과 비교하여 무효소송은 평균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였기에, 특허권의 유효성에 대한 검토 없이 앞선 침해소송에서 승인된 금지명령이 우선 집행된 이후에, 특허권의 무효판결이 늦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개정법의 시행으로 이러한 소송간의 시간적 격차에 의하여 침해소송의 피고인 실시자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 상황이 방지되고, 이원화된 소송체계에서의 종전 양 소송 당사자간의 불균형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 당사자간 불균형 개선 예상

개정 특허법과 관련하여 아직 불확실한 부분은 비례성 판단의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시행 초기에는 실무적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독일 정부의 개정법안 설명과 전문가들의 예상에 의하면 (1)특허권자의 특허기술 실시 여부, (2)금지에 따른 양측의 경제적 손익, (3)복합적 구성의 제품에서 침해 제품의 기술적 중요도, (4)침해자의 고의 과실, (5)제3자의 이익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부의 법안 논의 과정에서 특허 침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금지명령의 승인을 제한하거나 거부할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기에, 앞으로 법원의 판결 사례가 축적되어 비례성 판단의 기준이 정립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는 독일법원이 개정 특허법을 보수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므로, 자동적 침해금지 명령 발부라는 그 동안의 실무에 사실상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독일 특허소송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최봉돈 변리사 · Martin Kagerbauer 외국변호사 · Eva Metzger 외국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bongdon.choi@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