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韓-우즈벡 오가며 일하는 재외동포 산재 사고, 일실수입 산정 기준은…
[손배] 韓-우즈벡 오가며 일하는 재외동포 산재 사고, 일실수입 산정 기준은…
  • 기사출고 2022.01.2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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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지원] "우즈벡 체류기간 우즈벡 노임단가, 한국 체류기간 한국 단가 적용"

방문취업(H-2)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오가며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재외동포 근로자가 한국에서 산재 사고를 당해 눈 부상을 입었다. 일실수입(逸失收入)을 산정할 때 우즈벡 노임단가를 적용해야 할까 아니면 한국 노임단가를 적용해야 할까. 

창원지법 진주지원 박성만 판사는 10월 7일 경남 진주시의 한 공장에서 폐타이어 내의 구리동선 및 철심 등을 제거, 절단하는 작업을 하던 중 집게차에서 떨어진 철심에 오른쪽 눈을 찔리는 사고를 당해 노동상실률이 16%에 해당하는 중상해를 입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재외동포 근로자 김 모(사고 당시 53세)씨가 사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7262)에서 비자만료일 이후라도 김씨가 우즈베키스탄에 체류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에는 우즈베키스탄 노임단가, 한국에 체류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에는 한국 노임단가로 일실수입을 산정, "피고는 원고에게 3,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즈베키스탄보다 한국의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는 출입국관리법상 3년간 한국에서 일한 뒤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해 3개월간 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재입국해 왔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일실수입 계산법이었다. 외국인의 일실수입 산정시 법원은 비자만료일까지는 한국의 수입을 기초로 하고, 그 이후는 외국인 모국의 수입을 기초로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김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권유리 변호사는 김씨가 재외동포이기 때문에 출입국관리법상 3년간 한국에서 일한 뒤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해 3개월간 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재입국하는 것에 주목했다.

김씨가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 65세까지는 2,530일이 남아 있었다. 194일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나머지 2,336일은 한국에서 일하게 된다. 우즈베키스탄의 일용노임단가는 13,210원, 한국은 10배가 넘는 14만 1,000원이었다. 권 변호사는 김씨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일할 때는 그 나라 노임단가로, 한국에서 근무하는 날에는 한국 노임단가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액은 4,900만원에 달했다. 다만, 김씨의 부주의도 일정 부분 있으므로 사업주의 책임비율은 70%(3,500여만원)가 될 것으로 권 변호사는 계산했다.

박 판사는 권 변호사가 주장한 이러한 계산법을 전적으로 수용, 김씨가 비자만료일 이후 우즈베키스탄에서 일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은 우즈베키스탄 노임단가로, 한국에서 근무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은 한국 노임단가로 일실수입을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원고는 우즈베키스탄 국적 동포로서, 기존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방문취업(H-2)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로 입국하여 출입국관리법상 체류기간의 상한인 3년 동안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다가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후 3개월의 비자신청기간 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다시 재입국하여 국내에서 3년 동안 일용직 근로자로 소득을 올리는 방법을 반복하였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제하고, "김씨가 발급받은 비자의 체류기간 만료일의 다음날인 2022년 2월 14일부터 가동연한인 2029년 1월 17일까지의 일수는 2,530일이므로, 원고의 근무형태에 비추어볼 때, 그 중 1/13(=3개월/39개월)에 해당하는 194일(=2,530일×1/13) 동안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나머지 12/13에 해당하는 기간은 대한민국에서 각 보통인부 일용노임 상당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