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외국법원 소송서류 남편에게 전달했어도 강제집행 가능"
[민사] "외국법원 소송서류 남편에게 전달했어도 강제집행 가능"
  • 기사출고 2021.12.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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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보충송달도 적법한 송달"

외국법원의 소송서류를 피고의 거소에서 당사자가 아닌 남편에게 대신 전달한 보충송달도 적법, 이를 통해 내려진 외국판결의 한국에서의 집행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월 23일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 A(여)씨를 상대로 낸 집행판결 소송의 상고심(2017다257746)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A씨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가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1심부터 ANZ를 대리했다.

ANZ는 2013년 2월경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에 "A씨 부부와 (A씨 부부가 운영하던) 부동산업체의 계열사로부터 담보를 제공받고 A씨 부부와 이 계열사에 뉴질랜드 통화 112,968,088달러를 대출해주었고, A씨 부부가 채무를 보증하기도 하였는데, A씨 부부가 대출채무자와 보증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A씨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 부부는 이에 앞서 93년 11월경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부동산 사업을 하다가 2010년 9월 1일경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오클랜드 고등법원이 외교경로를 통해 A씨 부부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을 요청, 서울중앙지법이 송달을 시도했는데 부부의 서류상 거주지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로 각각 달랐다. 서울중앙지법은 남편이 거주한다고 되어 있는 서초구 아파트에서 남편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을 실시했으나 '수취인 미거주'를 이유로 송달이 되지 않았고, A씨가 거주한다고 되어 있는 강남구 아파트에선 A씨 대신 남편이 A씨에 대한 소송서류를 받았다.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A씨 부부가 소송서류를 적법하게 송달받았다고 보고 A씨 부부가 연대하여 ANZ에 8,336,110.71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해 확정됐다. ANZ는 이어 A씨 부부를 상대로 이 판결을 국내에서 집행하기 위한 집행판결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을 국내에서 강제집행하려면 국내 법원에서 집행판결을 받아야한다. 외국법원의 판결에 대해 집행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민사소송법 217조 1항의 요건, 즉 패소한 피고가 소장 등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송달받았을 것(2호) 등의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민사소송법은 송달 방식으로 교부송달을 원칙으로 하면서 보충송달 등을 인정하고 있는데, 보충송달은 '송달할 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때에 그 사무원, 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자에게 서류를 교부하는 송달(186조 1항)'을 말한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보충송달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 요건에서 정한 '송달'에 해당한다"며 A씨에 대한 소송서류가 적법하게 송달됐다고 판단, A씨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가하자 A씨가 상고했다. 1, 2심 재판부는 남편에 대한 청구는, "소송서류가 적법하게 송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했다.

대법원도 보충송달도 교부송달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국내에서 승인 · 집행하기 위한 요건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217조 1항 2호의 '적법한 송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우리나라는 2000년 헤이그송달협약에 가입하였으나 뉴질랜드는 현재까지 위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의 촉탁에 따른 송달은 국제민사사법공조법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국제민사사법공조법 제15조는 외국으로부터의 촉탁에 따른 수탁사항은 한국 법률에 의하여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86조에서 정하고 있는 적법한 송달 방식 중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법원 게시판의 게시에 의하여 송달의 효력을 부여하는 공시송달 방식과는 달리 보충송달 방식은 피고에게 적절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현저히 적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나아가 만일 보충송달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적법하게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집행판결 사건에서 집행요건으로서 송달의 적법 여부를 심리 · 판단할 수 있다"며 "따라서 보충송달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송달 방식으로 인정하더라도 위 규정의 취지에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217조 1항 2호에서 요구하는 통상의 송달 방법에 의한 송달이 아니라고 본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을 모두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에 따른 보충송달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 요건에서 정한 송달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에 대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의 소송서류가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남편을 통하여 피고의 거소에서 적법하게 송달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승인 · 집행 요건인 송달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