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위법수사 피해자에 손해배상 · 형사보상 이중지급됐어도 반환 청구 불가"
[민사] "위법수사 피해자에 손해배상 · 형사보상 이중지급됐어도 반환 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1.12.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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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의성실 원칙에 반해"

위법수사 피해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고 같은 사안으로 형사보상을 청구해 형사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가 이중지급이라는 이유로 나중에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손해배상과 형사보상금 지급이 정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믿은 유족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이유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1월 25일 국가가 위법수사 피해자의 딸인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의 상고심(2017다258381)에서 이같이 판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1951년 초 수사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에 의한 자백만으로 국방경비법 위반죄가 인정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1951년 3월 형이 집행됐다. 그 후 A씨가 재심을 신청,  2013년 1월 B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어 확정됐다. 이후 A씨 등 B씨의 유족들은 B씨에 대한 불법구금과 사형집행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냈고, 법원은 2014년 7월 국가가 A씨에게, 상속받은 B씨의 위자료 8,000만원을 포함한 9,7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가는 2014년 10월 A씨에게 위자료를 모두 지급했다.

A씨는 또 2014년 7월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도 청구했다. 법원은 국가가 A씨에게 3,79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같은 해 12월 국가는 A씨에게 보상금을 모두 지급했으나, 이후 "A씨가 같은 원인의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고도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은 것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 6조 2항에 반하는 이중지급이므로 나중에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며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형사보상법 6조 2항은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액수가 이 법에 따라 받을 보상금의 액수와 같거나 그보다 많을 때에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국가에 1,5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공평과 정의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확정된 형사보상결정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수령한 것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서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1심을 취소하고 국가의 청구를 기각하자, 국가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고는 B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무렵 피고로부터 형사보상청구와 손해배상청구가 있을 것을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원고는 손해배상소송이나 형사보상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같은 원인의 다른 절차가 있음을 법원에 알리고 손해배상금이나 형사보상금이 확정되어 이를 지급하는 과정에서는 먼저 지급된 금원을 빼고 지급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 이중지급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원고는 확정된 형사보상결정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지급할 당시에 이미 확정판결에 따라 손해배상금이 지급된 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아니한 채 확정된 형사보상금 전액을 지급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위법한 수사와 형의 집행으로 크나큰 고통과 피해를 입은 피고가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인식하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이중지급이라는 이유로 반환하여야 한다면 이는 국가의 손해배상 및 형사보상금 지급이 정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믿은 피고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며 "기록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가 위와 같이 신뢰한 데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데에 형사보상법 제6조 제2항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