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음성메시지로 해외 ETF 투자 위험고지했더라도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다한 것 아니야"
[증권] "음성메시지로 해외 ETF 투자 위험고지했더라도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다한 것 아니야"
  • 기사출고 2021.12.0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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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KB증권에 50% 배상책임 인정

증권사가 고객에게 고위험 상품인 해외 ETF 투자를 전화로 권유하면서 음성메시지를 남겨 위험에 대해 고지했더라도 투자위험 등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어 고객이 입은 손해의 5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김지숙 부장판사)는 최근 해외 ETF 상품에 투자했다가 1,000여만원의 손해를 입은 A씨가 이 상품을 판매한 KB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88159)에서 KB증권의 책임을 50% 인정, "KB증권은 A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KB증권 직원의 권유로 2018년 11월 9일 미국 '나스닥100 지수(Nasdaq-100, 미국 증권거래소 나스닥에 상장된 대표 기업 100개의 주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외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 상품 850개를 1,350여만원에 매수하고, 한 달여 뒤인 12월 13일 같은 상품 800개를 1,390여만원에 추가로 매수했다. A씨가 매수한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가 하락하는 경우 하락률의 3배의 수익을 얻는 인버스 구조의 ETF였다. 그러나 나스닥100 지수가 상승하면서 손해가 발생, A씨는 결국 추가 매수했던 ETF 상품 800개를 810여만원에, 앞서 매수했던 850개를 890여만원에 2019년 5월 팔았다. 이에 A씨는 "고위험 상품에 관한 투자경험이 없는데도 고위험군 상품인 해외 ETF 상품의 매수를 권유하여 자본시장법에 정한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상품의 투자설명서를 교부하거나 그 상품 구조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 등 설명의무도 위반했다"며 손해액인 1,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A씨가 투자한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의 일일 변동률의 -3배의 레버리지를 추구하는 상품으로 KB증권 내부 기준에 따를 때 초고위험상품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먼저 "A가 투자한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의 '일일 변동률'을 추종하므로, 전체 투자기간 동안의 누적 변동률을 추종하는 상품에 비하여 주기적인 투자상황의 확인과 분석이 필요하고, 변동률의 –3배의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하므로 레버리지 효과가 없는 ETF에 비하여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투자자에 적합한 상품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에 비추어 적합하지 않은 이 상품에 대한 투자권유를 함으로써 자본시장법상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상품을 거래하기 이전에도 해외 ETF 및 해외 주식에 투자를 한 바 있으므로 이 상품이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이라는 점에 기초한 위험 즉, 환율변동위험, 거래비용 등에 관하여는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원고가 기존에 거래한 해외 ETF 상품이 레버리지 효과가 있는 상품이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상품과 같은 –3배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효과가 있는 상품에 관하여도 잘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는 정보확인서에 금융지식수준 및 이해도에 관하여 '널리 알려진 금융투자상품(주식, 채권 및 펀드 등)의 구조 및 위험을 일정 부분 이해하고 있다'고 기재하였을 뿐이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원고는 정보확인서에 투자목적을 「시장(예: 주가지수) 가격 변동추이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 실현」이라고 기재하였으므로, 이 상품과 같은 레버리지 3배 상품에 투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가 원고를 적극투자자로 분류한 것은 피고의 투자권유준칙에 따른 것인데, 이러한 피고의 자체 기준에 의하더라도 적극투자자인 원고에 대하여 초고위험상품인 이 상품을 권유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재판부는 또 "피고 직원의 원고에 대한 투자 권유가 전화통화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 직원은 상품에 관한 설명 및 원고가 설명을 이해하였다는 확인 내용을 녹음하거나, 상품의 설명서를 이메일, 우편 등으로 교부하고 이를 확인받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나, 피고 직원이 원고에게 상품을 권유할 당시 상품을 설명하였다는 점 또는 관련 설명서를 교부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거가 없고, 원고와 피고 직원의 전화통화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상품이 나스닥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는 인버스 ETF 상품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를 넘어 이 상품이 일일변동량에 따라 수익을 얻는 상품이라거나 3배의 레버리지 효과가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상품의 내용, 투자위험 등 중요사항에 관하여 자본시장법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피고가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도 위반했다는 것이다.

KB증권은 "A씨가 2018년 9월 14일 계좌를 개설할 당시 서명한 '해외주식 투자위험 확인서', 회사 직원이 2018년 11월 6일 A씨의 음성사서함에 설명을 남긴 '해외 ETP(Exchange Traded Product) 거래에 관한 위험고지'에 이 상품에 관한 설명 대상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므로 설명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해외주식 투자위험 확인서는 원고가 상품을 매수하기 약 2달 전 계좌를 개설할 당시 피고 직원으로부터 교부받은 것으로서 그 내용도 일반적인 해외 금융투자상품의 위험성을 망라한 것으로 이 상품에 관한 설명의무의 이행으로 교부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가 '해외 ETP 거래에 관한 위험고지'에 관한 메시지를 확인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원고가 위 음성메시지를 확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해외 ETP 상품에 관한 설명에 불과한 위 위험고지서의 내용에 비추어 이를 이 상품이 레버리지 배수가 높은 상품에 해당한다거나 일일변동률을 추종하므로 기초자산의 기간 수익률과 상품의 수익률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들은 것과 동일시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는 자기책임의 원칙 아래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이나 투자하는 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여 신중히 검토한 다음 투자를 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상품에 관한 사전정보 수집 및 관련 규정 검토 등의 절차 없이 만연히 피고 직원의 권유에 의존하여 상품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손해액의 50% 수준인 500만원으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