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여성 전신과 비슷한 모형의 인형 즉, '리얼돌'에 대해 법원이 통관보류를 취소하라며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으나, 16세 미만의 여성 신체를 본뜬 경우는 통관보류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법 305조 2항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를 강간 등의 예에 의해 처벌하는 점에 비추어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높게 본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1월 25일 미성년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 1개를 수입했다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된 A씨가 "수입통관보류처분을 취소하라"며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두46421)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가 수입한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태의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전체적으로 동양인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의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 있고, 앉거나 구부리는 등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며, 머리 부분은 나사로 결합과 분리가 가능하다. 머리 부분에서 발 부분까지의 전체 길이는 150cm, 무게는 17.4kg. 특히 얼굴 부분의 인상이 상당히 앳되게 표현되어 있다. 성기 부분은 성행위를 위하여 구멍이 뚫려 있고 음순과 질구가 표현되어 있는 등 여성의 성기 외관과 유사한 모습인데 음모 등은 표현되어 있지 않으며, 가슴과 엉덩이 부분만이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하자 인천세관장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인천세관장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 물품은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물품의 형상, 재질, 기능, 용도, 물품이 본뜬 인물의 외관과 신체에 대한 묘사 등을 확인하여 물품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성행위 도구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면밀히 심리한 다음, 물품이 관세법 제237조 제3호,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통관보류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물품의 전체 길이, 무게는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얼굴 부분도 16세 미만 여성의 인상에 가까워 보이는 점, 물품의 성기 부분은 여성의 성기 외관을 사실적으로 모사하면서도 음모의 표현이 없는 등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물품의 형상, 재질, 기능, 용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물품은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 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물품은 그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 · 청소년성착취물과 비교하여 그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며 "이 물품이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수입통관보류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관세법 제234조 제1호는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 · 간행물 · 도화, 영화 · 음반 · 비디오물 · 조각물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은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237조 제3호는 '세관장은 이 법에 따른 의무사항을 위반하거나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물품의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청소년에게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기구 등 성 관련 물건은 청소년유해물건으로서,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판매 · 대여 · 배포 · 무상제공이 금지되어 있다(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4호 나.목, 제28조 제1항, 제58조 제3호).
대법원은 "이 사건 물품과 같이 사람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하였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당해 물품이 나타내고 있는 인물의 외관과 신체에 대한 묘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리얼돌 사건 가운데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를 본뜬 경우가 문제된 첫 사례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