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끼리 동업으로 병원을 운영하다가 약정기간 만료 후 동업계약 변경을 반대하며 재계약을 거부한 의사를 조합원에서 제명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0월 28일 조합원에서 제명된 의사 A씨가 나머지 조합원인 B와 C씨 등 의사 2명을 상대로 "제명결의는 무효"라며 조합원 지위의 확인과 배당금 등의 지급을 청구한 소송의 상고심(2017다200702)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씨케이가 상고심에서 피고들을 대리했다.
A B, C씨 3명은 2008년 4월 1일 기간을 5년으로 정하여 동업계약을 맺고 병원을 공동으로 운영했는데, A, C씨가 각 7분의 1 지분을, B씨가 7분의 5 지분을 갖고 있었다. 또 병원의 출자자는 반드시 병원에 근무함을 원칙으로 하고, 노동력 제공에 따른 수당은 월급제로 하여 B씨가 병원장으로 경영권을 가지고 매월 경영수당 1,000만원과 의사직무수당 700만원을 지급받았다. A와 C씨는 의사직무수당만 1,400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약정기간인 5년이 지나고 동업계약의 내용을 변경하여 재계약하는 문제를 논의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B씨는 A, C씨에게 지급하던 의사직무수당을 성과급으로 바꾸고, 약정기간을 3년으로 하며, 약정기간이 지난 후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해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유 지분을 반환하며 동업에서 탈퇴하고 남은 조합원이 환급금을 지급한다는 탈퇴조항 등을 담은 동업계약 변경안을 제시했다.
위 변경안에 대해 C씨는 동의했으나, A씨는 의사직무수당을 성과급으로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 후 번복하고 B, C씨가 제시한 수정안도 거부했으며, 탈퇴조항에 대해서는 소수 지분 조합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세 사람은 4개월 정도 협의했으나 재계약을 하지 못하였고, 그 과정에서 양측으로 나뉘어 심각한 불화가 발생했다. 결국 B씨가 회의를 소집해 재계약 거부로 인한 조합원 자격 상실, 동업자간 불신감 초래 등을 사유로 B, C씨의 의견 일치로 A씨에 대한 제명을 결의했다. 그러나 A씨가 제명결의 이후에도 계속해서 진료를 하는 한편 수익금을 배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B, C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하자, B, C씨는 A씨를 징계해고하고 A씨의 진료실을 폐쇄했다. 이에 A씨가 제명과 해고는 무효라며 조합원 지위의 확인과 함께 동업계약에 따른 배당금, 복직하여 진료할 때까지 매월 의사직무수당 1,4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B, C씨는 횡령 혐의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제명결의와 징계해고는 모두 유효라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해 재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는 등 조합운영에 방해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명결의와 징계해고 모두 무효라고 1심과 정반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먼저 "민법상 조합에서 조합원의 제명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다른 조합원의 일치로써 결정하는데(제718조 제1항),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란 특정 조합원이 동업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조합업무를 집행하면서 부정행위를 한 경우와 같이 특정 조합원에게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이에 이르지 않더라도 특정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원들 사이에 반목 · 불화로 대립이 발생하고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어 특정 조합원이 계속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도록 한다면 조합의 원만한 공동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전제하고,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특정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의 목적 달성에 방해가 계속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제명 이외에 다른 방해제거 수단이 있었는지 여부, 조합계약의 내용, 그 존속기간과 만료 여부, 제명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들의 동업관계는 동업계약에서 정한 약정기간이 만료한 2013. 3. 31. 이후에도 존속한다고 볼 수 있으나, 약정기간 만료 후의 동업관계 내용을 규정하는 별도의 약정이 없으므로, 동업관계는 기간의 약정이 없는 것으로서 원고와 피고들은 언제든지 내용의 변경을 수반하는 새로운 동업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수 있고 언제든지 조합관계로부터 탈퇴할 수도 있다(민법 제716조 제1항 참조)"며 "이처럼 약정기간 만료 후 동업관계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게 되므로 조합을 해산하는 것이 아니라면 조합원은 그동안의 조합운영 실적을 바탕으로 동업계약에 관한 재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와 피고들은 약정기간 만료 이후인 2014. 2.부터 동업관계에서 7분의 5 지분과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B가 제안한 변경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동업계약 체결을 협의하였고, 위 변경안에 기존의 동업계약과 달리 새로 담긴 내용은 성과급제 도입 부분과 탈퇴조항인데, 성과급제 도입 부분은 그동안의 조합운영 실적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고, 탈퇴조항은 존속기간 만료 후 조합의 해산을 제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특정 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상태에서 원고를 제외한 다수 지분권을 가진 조합원이 모두 동의한 변경안이 합리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 원고로서도 이를 진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제안을 하는 등 동업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재계약을 위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가 변경안에 대한 협의를 거부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원고와 동업관계를 유지하기 곤란한 사정이 생긴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심리하여 제명결의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원고의 귀책사유로 재계약이 체결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제명결의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조합원 지위 확인과 함께 동업계약에 따른 배당금과 의사직무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 중에서 피고들의 공제 항변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을 받아들인 원심에는 조합원의 제명에 관한 민법 제71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