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Tax Law] 부모찬스와 세금
[리걸타임즈 Tax Law] 부모찬스와 세금
  • 기사출고 2021.11.03 08: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여세 부담 없이 富를 물려주긴 어려워"

최근 '부모찬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말의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개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행위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이 글에서도 그 의미로 사용하겠다). 언어가 세태를 반영하는 만큼, 실제로 그러한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단순한 언어유희를 넘어 공정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를 탓할 일은 아니다. 자녀가 잘 살기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다만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세금은 제대로 내야 한다. 세금 없이 부(富)를 물려줄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잘못된 부모의 정(情)이 자녀를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다. 아래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지원을 하는 유형별로 세금 문제를 살펴보겠다.

◇이종혁 변호사
◇이종혁 변호사

상속세 · 증여세는 필요한가?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상속세나 증여세는 꼭 필요한 것일까? 부모가 세금을 내고 모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었다는 이유로 또다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출발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상속세나 증여세는 충분한 정당성을 가진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에게 그대로 세습된다면, 출발부터 공평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대한민국헌법 제119조).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최고 50% 달하는 세금을 매기고 있다. "사유재산의 존중"과 "출발의 공평" 사이에서 조화를 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재산을 직접 물려주는 경우

부모가 소유하는 재산, 예컨대 부동산이나 현금을 직접 자녀에게 물려주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원칙적으로 증여하는 재산가액에서 일정한 금액을 공제한 후 증여세를 매긴다. 공제금액은 10년간 합산하여 미성년 자녀는 2천만원, 성년 자녀는 5천만원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2천만원, 10살 때 2천만원, 20살 때 5천만원, 30살 때 5천만원을 각각 증여한다면, 증여세 부담은 없다. 오래전에 증여한 재산의 가치가 크게 불어나더라도 추가로 증여세 부담은 없다. 미리 준비하면 상당히 유용한 절세방법이다.

한편 부동산을 직접 증여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에 구입한 부동산이 5억원이 된 상태에서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5억원 가액에 대한 증여세만 부담하면 된다. 증여는 양도가 아니므로 양도소득세의 부담은 없다. 반면 부모가 부동산을 팔아서 받은 돈을 증여하다면,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최근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자 부동산을 양도하는 대신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도소득세의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는 절세의 영역으로 보인다.

재산 취득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근래에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가격이 많이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자녀의 재산취득 과정에서 부모가 자금지원을 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이 경우는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을 증여한 것이므로 당연히 증여세 과세대상이다. 흔히 부모가 현금으로 인출해서 자녀에게 넘겨주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큰 오산이다. 1천만원 이상의 현금인출은 국세청에 통보되기 때문에 적발되기 쉽다. 설령 자녀에게 몰래 자금을 넘겼더라도, "재산 취득자금 증여 추정"이 적용된다. 재산 취득자의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상태에 비추어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증여받았다고 추정한다(상증세법 제45조 제1항). 예를 들어 20대 대학생이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일단 부모로부터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실제 자신의 자금이라는 사실을 본인이 입증해야 한다. 자녀의 신혼집이라는 등의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실제로 자금지원이 빈번하기에 증여 추정이 문제된 사례에서 추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단 재산을 취득할 때 빚으로 취득원천을 마련하고, 나중에 부모 도움으로 빚을 갚는 식의 꼼수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한 경우 빚을 갚을 때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상증세법 제45조 제2항).

금전을 빌려주는 경우

자녀가 재산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부모가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빌려주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실제로는 자금을 증여하면서도 증여세를 안 내려고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차용증을 쓰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금을 빌려주면서 변제기가 없거나 지나치게 긴 경우, 이자 약정이 없거나 이자 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 등 실질적인 금전대차로 보기 어렵다면 증여로 취급된다. 실제 금전대차가 맞더라도 이자율에 유의해야 한다. 만약 부모가 자녀에게 이자 없이 또는 기준 이율(현재 4.6%)보다 낮게 대여한 경우에는 그 차액만큼(단 1천만원 이상인 경우에 한함)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상증세법 제41조의4). 부모가 자녀에게 도움이 되고자 자금을 빌려주는데 은행보다 높은 4.6% 이자를 받으라는 것인가? 적어도 증여세를 물지 않으려면 그렇다.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경우

부모가 소유하는 주택이나 상가를 자녀에게 공짜로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앞의 설명에서 짐작했겠지만 이익을 얻은 이상 예외는 없다. 해당 주택이나 상가에 대한 임차료만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물린다(상증세법 제37조). 물론 임차료를 산정하는 방식이 매우 복잡하고 과세하지 않는 구간도 있으므로 개별 사례마다 따져볼 필요는 있다. 어쨌든 부모가 자녀에게 건물을 사용하게 하고서 남들과 똑같이 임차료를 받으라는 것인가? 우리 정서상 야박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자녀가 그만큼 이익을 얻은 것은 맞으므로 논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면 부모 소유 주택에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이 경우까지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았는지, 상증세법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명은 단순하고 대표적인 사례를 든 것일 뿐이다. 상증세법을 보면, 자녀에게 부를 물려줄 온갖 기발한 방법들을 상정해서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러한 새로운 방법들에 대해서 과세를 할 수 없자 법을 계속 정비해 온 결과이다. 심지어 상증세법은 미리 규정으로 정해놓지 못하였더라도 유사한 방법까지 과세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현행 상증세법으로는 증여세 부담 없이 부를 물려주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에서 다 그렇게 하는데 나만 문제될 리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동안 국세청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고, 또한 가족의 내부관계에 대해서는 과세권 행사를 자제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 부의 이전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이제 국세청도 상당한 정보를 토대로 과세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부모찬스 사례에 대한 세무조사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부모찬스는 잘못쓰면 독

적발 결과 세금과 벌은 수증자인 자녀에게 부과된다. 부모찬스는 잘못쓰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