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5m 음주운전 이유 '30년 무사고' 개인택시 면허 취소 위법"
[교통] "5m 음주운전 이유 '30년 무사고' 개인택시 면허 취소 위법"
  • 기사출고 2021.11.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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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재량권 일탈 · 남용"

30년간 무사고로 개인택시를 운전해온 A씨는, 2020년 4월 근무 없는 날에 술을 마신 후 인적이 드문 산기슭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대리운전을 호출했으나, 대리운전 콜센터로부터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GPS 위치가 수신되게 할 생각으로 차를 5m가량 운전했다가 적발되어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이어 서울시장이 음주운전을 이유로 A씨의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하자 이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2021구합58110)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10월 15일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은 재량권 일탈 ·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7누218 등)을 인용,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와 같은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그 면허를 받은 상대방에게 이미 부여된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비록 법령상의 취소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취소권의 행사는 기득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때에 한하여 상대방이 받게 될 불이익과 비교 · 교량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에는 재량권의 일탈 · 남용에 해당하여 그 면허취소처분이 위법하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으로 인해 달성될 공익에 못지않게 이미 부여된 원고의 기득권 침해 정도 내지 불이익이 적다고 할 수 없어, 처분은 가혹한 것으로서 재량권 일탈 ·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2020. 8. 3. 1종보통 자동차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하여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이 취소될 경우 다시 개인택시 운송사업을 직접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음주운전을 한 거리가 짧고, 계속하여 운행하려던 것이 아니라 주차된 차량을 근처로 이동시켜 다시 주차하려고 하였던 점, 원고는 실제로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는 중이었고, 콜센터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운전을 한 곳은 산기슭의 주차장이고 GPS가 잘 잡히지 않을 정도로 외진 곳이어서 사람이나 차량의 왕래가 많은 곳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음주운전으로 일반 공중에 야기될 위해가 매우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의 호출을 받고 뒤늦게 도착한 대리운전기사는 수사기관에 영업용 차량인 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대리기사가 희소하다보니 호출이 잘 되지 않았다는 진술을 하였고, 원고의 통화내역에 따르면, 원고가 대리운전을 11회에 걸쳐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 취소처분의 원인이 된 음주운전 적발 시까지 30년간 무사고로 운전업무에 종사해온 점, 원고가 개인택시 운송사업을 영위하면서 위 음주운전 이외에 다른 교통법규 위반을 하였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원고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하여 개인택시 운송사업을 영위하여야 하는 상황인 점, 처분이 유지될 경우 원고가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하기 위하여 사용하였던 자금도 회수할 수 없게 되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처분으로 인해 그 사익 침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며 "원고의 준법 의식이나 향후의 재범가능성, 안전운행과 관련한 위해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원고의 한 순간의 실수는 공동체가 충분히 포용하거나 관용할 여지가 큰 것으로서 향후 그 공익 침해의 여지는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와 그 가족은 그 생계수단 자체를 박탈당하게 되므로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말미에 "입법자가 재량규정을 통해 법에 눈물과 온기를 불어넣은 이유는, 요즈음과 같이 우리 사회 공동체 전체가 어려운 시절에 법의 일률성으로 인하여 혹여 라도 눈물을 흘리게 될지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단 한 번의 기회나마 부여할 수 있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려운 시절에 사회공동체가 건넨 그 한 번의 기회가 어쩌면 공동체의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이것이 바로 ‘법의 지혜’라고 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라고 덧붙였다.

검사는 A씨가 30년 동안 교통사고 전력이 없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600시간가량 자원봉사를 해왔던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기소를 유예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