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주상복합건물 점포 내에 기둥 있다고 분양자에 책임 못 물어"
[손배] "주상복합건물 점포 내에 기둥 있다고 분양자에 책임 못 물어"
  • 기사출고 2021.12.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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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설계도면 등 통해 기둥 존재 확인 가능…고지의무 위반 아니야"

주상복합건물 내 점포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점포 안에 기둥이 있다며 분양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분양계약 체결 과정에서 분양상담직원으로부터 제시받은 판매시설 도면 등을 통해 기둥의 존재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분양자 측의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 등 5명은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내 각 점포에 관해 2017년 5∼8월 2억 8,200여만~6억 8,800여만원을 매매대금으로 한 분양계약을 한국자산신탁과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완납한 뒤 2019년 10∼11월 각 점포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이후 "각 점포 내부에 기둥이 설치된다는 사실에 대하여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며 한국자산신탁과 B사를 상대로 각 분양대금의 10∼20%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2020가합557946)을 냈다. 이 건물은 B사와 한국자산신탁이 차입형 토지신탁계약을 맺고 신축해 분양했으며, 오피스텔 456호실, 문화집회시설 7,007.1㎡, 근린생활시설 14,957.2㎡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김우정 부장판사)는 최근 피고들의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국자산신탁은 법무법인 동인이, B사는 법무법인 라움이 각각 대리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3다97076 등)을 인용, "재산적 거래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상대방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나, 이때에도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 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알리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원고들 소유의 점포 모서리에 0.54㎡(0.6×0.9)∼1.125㎡(0.75×1.5) 기둥 1∼2개가 각 존재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기둥의 존재 등에 관하여 고지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건물은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상층부의 하중을 지탱할 수 있도록 점포 외부나 내부에 기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관념상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정이라 판단된다"며 "실제 이 건물의 층별 평면도(B1~2층)를 보더라도 원고들의 각 점포뿐 아니라 다수의 점포 내부에 기둥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들이 한국자산신탁과 맺은 각 분양계약 제20조는 '타입이나 호실에 따라 내/외부 창호, 붙박이장, 주방가구 등의 크기, 구성, 형태, 기둥의 유무와 크기 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고 명기하고 있고, 원고들은 각 계약서 하단에 '계약자 본인은 위 계약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습니다', '계약자 본인은 위 계약내용과 분양공고의 내용에 대하여 동의 후 자필기재한 것을 확인합니다'라는 기재 옆에 자필로 '확인함'이라고 기재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각 분양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위 각 문구가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기둥에 대한 피고들의 설명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인 점, 관련 정보가 부족한 원고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내용인 점 등의 사정을 들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 7조에서 정한 불공정 약관조항 내지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책임을 면제 또는 제한하는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각 문구는 고객에게 건물 내 기둥이 위치할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을 환기시켜 신중하게 분양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으로서 분양계약서에 일반적으로 기재되는 내용으로 보이는 점, 개별 점포를 분양받는 자는 설계도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관례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문구가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기둥에 대한 피고들의 설명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이라거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원고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결국 원고들이 제시한 사정만으로는 각 분양계약서에 기재된 위 각 문구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들이 스스로 각 분양계약 체결 과정에서 분양상담직원으로부터 제시받았음을 인정하고 있는 '판매시설 도면 및 분양가(B1~2층)'에는 기둥이 존재하는 위치에 표시가 되어 있었고(분양가 등 기재로 인해 기둥 표시가 일부 가려지기도 하였으나, 식별이 불가능한 정도라거나, 피고들이 기둥의 위치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그와 같이 기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상복합 건물의 경우 통상적으로 하중을 지탱하고 형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내부에 기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 표시는 기둥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통상 분양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수분양자들은 분양회사가 발행한 홍보물 외에도 설계도서, 건축현장 등을 종합하여 분양목적물의 현황을 파악하게 되므로, 원고들로서는 분양상담직원으로부터 제시받은 위 자료 외에도 설계도면(이 사건의 경우 층별 평면도) 등을 통하여 기둥의 존재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각 기둥이 각 점포의 바닥면에서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나 기둥으로 인해 제한받고 있는 각 점포의 면적이 전용면적의 약 2.35% 내지 6.75% 정도로서, 그 규모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고, 각 점포 내의 기둥은 모서리 부근이나 벽면에 존재하고 있고, 점포 중앙에 기둥이 위치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히고, "기둥의 존부가 상가건물의 활용 및 타인에 대한 임대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 외에도 상가와 대중교통과의 접근도, 도로 사정, 유동인구, 활성화 정도, 상가 내 입점 상황, 임대인의 운영 가치관, 보증금과 차임의 액수 등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상가건물의 활용 및 임대 상황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원고들이 각 점포의 임대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여 이를 각 기둥의 존재로 인하여 각 점포의 활용가치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