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과로 · 스트레스로 뇌출혈 입은 부동산 투자사 전무, 산재"
[노동] "과로 · 스트레스로 뇌출혈 입은 부동산 투자사 전무, 산재"
  • 기사출고 2021.10.1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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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고혈압 · 당뇨 있지만 과로로 악화"

고혈압, 당뇨 등이 있었더라도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뇌출혈이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이새롬 판사는 6월 17일 뇌출혈 진단을 받은 부동산 투자자문 · 개발업체의 전무이사 A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단74204)에서 이같이 판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6월 28일 오후 11시 30분쯤 왼쪽 반신마비 증상이 발생하고 다음날인 6월 29일 '오른쪽 시상 부위 뇌내출혈' 진단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원고의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분명히 인정되고, 이러한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가 뇌출혈을 유발 내지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된다"며 "따라서 원고의 업무와 상병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요양불승인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원고는 부동산 투자자문 · 개발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전무이사로서 부동산 투자 자문, 부동산 개발 및 사업타당성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전국 각지로의 현장 실사, 관계자와의 회의, 부동산 관련 모임 참석 등 출장 업무도 자주 수행하였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전무이사로서 모든 업무 총괄 책임자의 지위에 있어 격무에 시달렸고, 실적 관리, 고객의 과도한 요구사항에 대한 응대, 임대인 · 임차인 · 투자자 등 계약 관계자들의 이견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원고가 상병 발병 전 1년 동안 수행하여 온 계약 건수 및 그 내용, 동료 직원들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특히 "원고는 회사의 지하실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상병 발병 전 약 일주일 동안 최고 기온 30도 내외의 날씨에 냉방시설이 없는 지하실에서 물품 폐기, 정리, 이동업무를 담당하였고, 주말에도 근무하였으며(토요일 3시간, 일요일 2시간), 상병 증상 발생 당일인 2016. 6. 28.에는 지하실에서 지상으로 책장을 옮기던 중 힘을 주다가 정신을 잃고 주저앉기도 하였고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13시간 동안 근무하였다"며 "원고의 위 발병 전 약 1주일 동안의 과로는 뇌혈관의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주어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과중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또 "원고는 상병의 위험요인으로, 과체중, 다소 높은 혈압(원고의 혈압은 130/80mmHg으로 정상혈압인 120/80mmHg 미만보다 약간 높아 고혈압 전단계 2기에 해당한다)이 있으며 당뇨병이 의심되는 상태였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감정의는 위와 같은 원고의 개인적 소인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업무내용, 업무시간, 상병 발병 직전의 작업환경 등을 고려할 때 상병이 과로로 인하여 발병 내지 악화되었다고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고 지적하고, "이에 비추어 보면 설령 상병 발병에 원고의 기존 건강상태 등의 사적인 사정이 경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2011두30014 등)에 따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5조 1호, 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