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유럽 여행 중 현지에서 도난 · 교통사고…여행사 책임 70%"
[민사] "유럽 여행 중 현지에서 도난 · 교통사고…여행사 책임 70%"
  • 기사출고 2021.10.14 17: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인솔자 과실로 사고 발생"

유럽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난 여행객들이 이탈리아 여행 중 인솔자들의 과실로 도난사고를 당하고 슬로베니아에서 헝가리로 이동 중 교통사고를 당하자 여행계약을 해지하고 귀국했다. 법원은 여행사에 계약해지 이후 잔존기간에 대한 여행대금을 반환하고, 여행객 1인당 위자료 50만원과 도난된 물품 가액 · 치료비, 귀환비용 등 손해의 7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대원 판사는 9월 3일 이탈리아 여행 중 도난사고와 교통사고를 연이어 당한 여행객 12명이 여행사 대표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5110925)에서 이같이 판결,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인당 320여만∼470여만원씩 모두 4,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박지훈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A씨와 여행대금 340만원(항공권, 식사비 등 불포함)에 2020년 2월 19일부터 3월 12일까지 21박 23일 일정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유럽 8개 국가를 투어하는 여행계약을 맺은 여행객 12명은, 여행 4일째인 2월 22일 오전 로마에서 A씨가 운영하는 여행사의 직원이자 국외여행 인솔자 2명이 운전하는 밴 차량 2대에 탑승하여 같은 날 오후 2시 15분쯤 피사에 도착했다. 인솔자들은 평소 이용하던 주차장이 축구경기로 사용이 불가능하자, 그곳 주차장 직원의 추천을 받아 인근 공용주차장에 주차했다. 여행객들은 인솔자들의 안내에 따라 현금과 물품이 들어 있던 캐리어를 차량에 둔 채 피사 시내에서 2시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차량으로 돌아왔으나, 차량의 유리창이 깨어져 있었고 인솔자들의 캐리어 2개를 제외한 여행객들의 캐리어가 모두 도난당한 상태였다.

그 후 여행객들은 피렌체, 베네치아, 류블라냐 일정을 소화한 후 2월 27일 오전 10시쯤 인솔자들이 운전하는 밴 차량 1, 2호를 나눠 탑승하여 슬로베니아에서 헝가리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오후 2시쯤 1호 차량이 슬로베니아 고속도로 터널의 2차로를 진행하던 중 전방에 정차하고 있던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 위 정차 차량을 피하기 위하여 급격하게 차로를 변경하였으나, 그 직후 뒤에서 운전하던 2호 차량이 1호 차량의 오른쪽 후미등과 부딪힌 후 위 정차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여행객들은 목과 어깨 등에 염좌 또는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사고가 겹치자 여행객들은 2월 29일 더 이상 여행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여행계약을 해지하고 귀국한 뒤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는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전문인솔자 동행', '1억원 상당의 여행자보험 포함' 등을 홍보하고 있었으나, 위 홍보와 달리 인솔자 두 사람은 국외여행 인솔자로서의 경험이 부족하고 관광진흥법상 적법한 등록절차도 마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2018. 3.경 페이스북을  통하여 "유럽여행인솔자 관심 있는 사람, 자격조건, 1종 보통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되요. 남녀 상관 없고, 유럽에 대해서도 몰라도 되요"라는 내용으로 구인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고, 여행자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김 판사는 먼저 여행계약이 원고들의 계약해지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인정하고,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수령한 여행대금 중 해지 이후부터 여행일정 종료예정일까지의 잔존기간(12일)에 대응하는 부분을 일할계산하여 원고들에게 각 1,773,912원씩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여행 도중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여부.

김 판사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다만 그 사유가 한쪽 당사자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민법 제674조의4 제1항), 이 여행계약에 적용되는 약관 제14조 제1항은 '여행사는 현지여행사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여행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여행자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기획여행업자인 피고는 여행자인 원고들의 생명 · 신체 · 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합리적 조치를 취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과실로 인하여 각 사고를 발생케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각 사고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인솔자들은 원고들에게 차량에 현금, 물품이 들어 있는 캐리어를 그대로 두고 투어를 할 경우 도난 등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고지하고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그러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솔자들은 원고들에게 차량에서 내릴 때 소액의 현금만 소지하고 나머지 현금과 물품 등은 캐리어에 넣고 캐리어를 차량에 그대로 두라는 취지로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도난사고는 제3자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기는 하나, 이탈리아 현지의 사정, 관광지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이러한 사고의 발생은 객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경우 소매치기나 절도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에서도 홈페이지를 통하여 '차량에 물건을 두고 내리면 유리창을 깨고 훔쳐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짐을 차 안에 두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하고 있다. 또 피고의 직원 또는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는 국외여행 인솔자들은 평소에 이용하는 주차장이 아닌 다른 생소한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였고, 그러한 경우 그 주차장의 인적, 물적 환경이 안전한지 여부를 세심히 확인하고(위 주차장에 CCTV나 관리직원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인솔자들 중 한 명은 차량에 남아서 감시하는 등 도난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차량에서 이탈하였다. 

김 판사는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교통사고의 발생에 관한 주된 과실은 비상등을 켜거나 안전표시를 하지 않은 채 전방에 차량을 정차하고 있던 운전자에게 있다고 보이기는 하나, 앞서 진행하던 1호 차량의 운전자인 인솔자는 위 정차 차량을 피하였으나 뒤따라가던 2호 차량의 운전자인 인솔자는 위 정차 차량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격한 것에 비추어 보면, 2호 차량을 운전하던 인솔자에게 안전거리 미확보, 전방주시의무 위반, 조향장치 또는 제동장치 조작 미숙 등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다만, "도난사고는 제3자의 고의에 의한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고, 피고 측이 그 행위에 직접적으로 가담하거나 관여하지는 아니하였으며, 원고들로서도 적지 않은 현금과 물품이 들어있는 캐리어를 만연히 차량에 방치한 채 현장을 이탈하였고, 이러한 원고들의 잘못 또한 도난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교통사고 발생의 주된 과실도 전방에서 정차 중이던 차량의 운전자에게 있다고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도난된 물품 가액 중 인정되는 물품 가액, 치료비, 국내로 귀환과정에서 추가로 지출한 항공권 변경비용, 위자료 50만원 등을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