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재가노인복지시설에서 식사 중 기도 막혀 80대 노인 사망…재가시설 측 책임 없어"
[손배] "재가노인복지시설에서 식사 중 기도 막혀 80대 노인 사망…재가시설 측 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21.10.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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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하임리히법 등 간호사 · 요양보호사 응급처치 시행"

재가노인복지시설에서 요양보호를 받던 80대 노인이 식사 도중 기도가 막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시설 측이 하임리히법 등 즉각 응급조치를 시행했다고 보아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9월 14일 기도가 막혀 숨진 A(사고 당시 81세)씨의 부인과 세 자녀가 전북 장수군에 있는 재가노인복지시설 대표 B씨를 상대로 낸 소송(2020가단5316969)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병철 변호사가 피고 측을 대리했다.

노인성 뇌 위축 · 배회성 치매 증세가 있고, 치아 대부분이 소실되어 음식물을 씹는 저작능력이 거의 없었던 A씨는 2020년 6월 15일부터 주간에는 B씨가 운영하던 재가노인복지시설에서 지내왔다. A씨는 2020년 10월 16일 오후 4시 59분쯤 이 시설에 있던 다른 노인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떨어져 국에 밥을 말아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질식하게 되는 현상인 기도흡인(1차 기도흡인)으로 호흡곤란 상태에 이르렀다. 이 시설에서 A씨의 보호를 담당하던 요양보호사 C씨는 A씨에게 이상이 있음을 발견, A씨의 등을 두드려 주었고, A씨가 괜찮다고 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자 다른 어르신들의 식사 시중을 들기 위하여 자리를 떴다.

그러나 A씨는 잠시 후 다시 식사를 하다가 또 얼굴이 파래지고 캑캑거리면서 기도흡인(2차 기도흡인)으로 인한 호흡곤란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발견한 간호사가 하임리히(Heimlich)법으로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C씨는 사무실로 뛰어가 사무실 근무자에게 119에 신고하도록 요청했다. 시설 대표인 B씨도 다른 직원과 함께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A씨 입속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하임리히법과 심폐소생술로 응급처치를 했다. A씨는 10여분 뒤 도착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심장 무수축과 맥박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확인된  A씨의 사인은 기도폐색성 질식. 이에 A씨의 부인과 자녀들이 시설 대표인 B씨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원고들이 제출한 모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C에게 A의 식사와 관련한 보호관찰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거나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오히려 "A가 식사한 장소는 생활관이었는데 장소가 그리 넓지 않고 C 등 요양보호사들이 식사중인 어르신들의 시중을 위하여 수시로 지나다니는 곳이어서 A가 다른 어르신들과 같이 식탁에서 식사를 하지 아니하고 혼자 떨어져 식사를 하였어도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A에게 기도흡인으로 인한 호흡곤란의 이상 증상이 발생되었을 때 곧바로 발견할 수 있는 사실, 1차 기도흡인 현상이 발생하였을 때 C는 곧바로 A의 이상 증상을 발견하고 A에게 가서 등을 두드려주며 상태를 확인하였고, A의 이상 증상이 해소되어 다시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상태임을 확인하고 A의 식사장소에서 이석을 한 것인 사실, A의 2차 기도흡인 현상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간호사와 C가 곧바로 A에게 이상이 발생한 것을 발견하고 간호사가 하임리히법으로 응급처치를 시행하였으나, 기도에 들어간 음식물이 기도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결국 기도폐색 질식에 이르게 된 것인 사실, 피고와 다른 직원이 곧바로 사고 장소에 도착하여 119 구급 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입속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하임리히법 응급처치와 응급장비 없이 하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사실, 이 요양시설에는 자동제세동기(AED) 등 심폐소생술 응급장비와 상주하는 의사는 없었으나 이 요양시설은 재가노인복지시설로서 그와 같은 점이 관련 법령상의 시설기준을 위반하는 것은 아닌 사실(나아가 자동제세동기가 있었어도 기도흡인에 따른 기도폐색질식이 일어난 이 사고에서는 호흡을 되살리기는 어렵다고 보인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보면 C를 포함한 요양시설 근무자들로서는 A에 대하여 필요한 보호관찰이나 응급조치의무를 다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A에 대한 주간보호를 담당하는 요양시설의 운영자나 근무자들이 시설이용계약에 기하여 이행했어야 할 A에 대한 적절한 식사제공 의무, 보호관찰의무 또는 응급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전북장수경찰서도 이 사고와 관련, 관리자인 B씨와 요양보호사 C씨의 과실 여부에 대하여 다각도로 수사했으나 과실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 처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