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즉시연금 소송' 연 4승 김형주 변호사
[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즉시연금 소송' 연 4승 김형주 변호사
  • 기사출고 2021.10.0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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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주장은 상품설계 의도일 뿐, 약관과 달리 적립액 공제하면 안 돼"

"보험금 소송은 대부분 보험약관에 명시된 내용 중 보험계약을 체결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 사항에 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였는가의 문제, 즉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문제되는데, 이번 즉시연금보험 사건은 설명을 제대로 했는지 이전에 보험금 지급에 관련된 내용이 약관에 제대로 명시되어 있는지, 즉 평균적인 이해 가능성을 가진 보험계약자가 알기 쉽고 명확하게 약관에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으로 그런 점에서 한층 의미가 큰 사건입니다."

네 번째 승소판결 받아

법무법인 정세의 김형주 변호사는 최근 선고된 삼성생명보험 상대 소송 등 즉시연금보험 소송만 네 번째 승소판결을 받아낸 즉시연금 가입자들의 수호천사와 같은 변호사다. 즉시연금보험 가입자들을 대리해 2020년 11월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상대로 첫 승소한 이래 동양생명보험과 교보생명보험 상대 소송에서도 이기고, 지난 7월 소송 규모가 제일 크고 문제가 된 즉시연금 상품을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생명 상대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김형주 변호사
◇김형주 변호사

김 변호사는 "아직 항소심, 상고심이 남아 있지만, 재판부에서 법과 정의에 부합하게 약관을 명쾌하게 해석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었다"며 "보험사들은 이번 판결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안의 핵심 쟁점은 보험계약자들에게 매달 지급하는 연금월액에서 만기보험금의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하여 이른바 적립금을 추가로 공제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로 압축된다.

삼성생명은 2010년경, 예금과 같이 만기에는 원금이 반환(만기보험금)되고, 매월 이자(연금)가 지급된다며 즉시연금 상속연금형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였는데, 약관에는 순보험료(납입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차감한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전액(공시이율적용이익 전부)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것처럼 기재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위와 같이 계산한 금액에서 만기보험금으로 지급할 재원(적립금)과 매월 0.5%의 수수료를 별도로 제외하고 지급해 분쟁이 발생했다.

"명시, 설명 인정할 수 없다"

삼성생명은 재판에서 "약관의 내용을 그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경우, 보험계약상의 연금월액의 지급에 있어 적립액의 공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관용 부장판사)는 그러나 "보험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피고(삼성생명)가 보험계약자인 원고들에게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을 명시, 설명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삼성생명은 적립액 공제에 관한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적립액으로 공제한 미지급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원고들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삼성생명이 작성한 약관에 따라 공시이율적용이익 즉,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차감한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전액을 연금으로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김형주 변호사는 금소련 법률전문위원,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것이 인연이 되어 즉시연금 소송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형주 변호사는 금소련 법률전문위원,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것이 인연이 되어 즉시연금 소송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의 쟁점은 약관의 해석"이라며 "원고들은 이렇게 보험사들이 만든 약관에 따른 청구를 하고 있는데 비하여, 삼성생명은 계속하여 약관에 없는 내용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약관은커녕 가입설계서 등 보험안내자료 어디에도 없고, 보험사측 증인으로 출석한 보험판매자도 몰랐다고 인정한 사실을 가입자들이 상식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가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것"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재판에서 "약관에 얼마를 준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상식적으로 원고들은 적게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 사건과 같은 상속연금형에 가입하였다"고 맞섰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차례 변론, 치열한 공방

2018년 10월 소송이 제기된 후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약 2년 9개월 동안 12차례 변론이 열려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그때마다 삼성생명에선 수많은 서면과 자료를 제출했고,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도 7차례에 걸쳐 참고서면을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모두 약관에 없는 피고의 상품설계 의도일 뿐"이라며 "원고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약관규제법 3조 2항은 "사업자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항 본문은 또 "사업자는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명시 · 설명의무에 대한 조항이다. 그러나 생보사들이 적립액 공제라는 중요한 내용을 설명은 커녕 명시조차 하지 않았다가 김 변호사팀이 변론한 네 차례의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한 것이다. 삼성생명 소송은 즉시연금 분쟁 중 가장 먼저 소송이 제기되었으나, 이처럼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판결 순서로는 4번째로 1심 판결이 선고됐다.

◇김형주(좌) 변호사가 최재희 변호사와 함께 삼성생명 상대 즉시연금 소송 재판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형주(좌) 변호사가 최재희 변호사와 함께 삼성생명 상대 즉시연금 소송 재판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원고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며 삼성생명이 신청한 증인이 이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자로 판명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생명은 원고들에게 직접 즉시연금을 판매한 자라며 증인을 신청하였지만, 실제로는 원고를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었으며, 이렇게 피고의 거짓 주장을 위하여 출석한 증인조차 본인도 가입설계서상의 금액 예시만으로는 왜 상품별로 다른지 알 수 없었다고 증언하였다"며 "이렇듯 피고의 주장은 피고의 상품설계 의도가 피고 내심의 의사였을 뿐, 즉시연금보험 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음은 물론 판매한 자도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변론과정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공방이 치열했던 2년 9개월에 걸친 재판과정을 회고하며 이야기했다.

최재희, 신동선 변호사와 공동 변론

물론 삼성생명 재판에서의 완승이 김 변호사 혼자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김 변호사는 "공동변론에 나선 법무법인 정세의 최재희 변호사와 개인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법연수원 32기의 신동선 변호사 등 3명의 역할분담과 협업이 일구어낸 값진 승소"라고 김 변호사와 호흡을 맞췄던 두 명의 여성변호사에게 공을 돌렸다.

◇김형주 변호사와 함께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을 수행한 최재희 변호사
◇김형주 변호사와 함께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을 수행한 최재희 변호사

특히 고려대 로스쿨 8기(변시 8회)로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기도 한 최재희 변호사는 서면 작성은 물론 법정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을 맡아 재판부가 해당 사안을 잘 이해하도록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프리젠테이션을 할 당시 갓 개업한 1년차 변호사였던 최 변호사는 "법정에서 내가 하는 PT를 직접 본 다른 변호사들로부터 1년차의 새내기 변호사이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겁 없이 했던 기억이 난다"며 "변호사가 되어 가장 먼저 수행한 사건인데 너무 의미가 큰 소송을 경험하게 되어 여러 면에서 보람이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상대방 대리인은 김앤장

이에 비해 삼성생명 대리인은 김앤장으로, 김형주 변호사 등 젊은 변호사 3명이 국내 최대 로펌을 상대로 승소판결을 받아낸 셈이다.

김 변호사는 고려대 금융법 박사과정을 수료한 금융법 전문가로, 금융소비자연맹의 법률전문위원과 자문변호사를 한 인연으로 이번 소송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삼성생명과 이미 승소판결이 난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상대 소송을 포함해 모두 10개 보험사를 상대로 10여건의 즉시연금 소송을 수행 중인, 즉시연금 소송을 가장 많이 수행하고 가장 많이 승소한 보험소비자들의 단골 대리인이다.

김 변호사는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에 관련된 약관의 문언을 보험계약자들이 잘 이해할 수 없도록 작성하여 사실상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산출방법을 기재한 서류나 상품설명서, 가입설계서 등이 있음을 이유로 그 책임을 보험계약자들에게 전가시켜 왔다"며 "그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삼성생명 판결은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계약은 약관에 의해 규율되는 부합계약이고, 이번 판결에서 설시된 것처럼 약관은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 · 획일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4건의 즉시연금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김 변호사는 현재 항소심을 준비,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 전엔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 보험계약자들이 약속대로 보험금을 모두 지급받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 김 변호사는 그러나 시간을 끌어보았자 지연이자의 증가 등 보험사들만 부담액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승소 확정에 높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