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공정거래] 전속고발권과 의무고발요청제도
[리걸타임즈 공정거래] 전속고발권과 의무고발요청제도
  • 기사출고 2021.10.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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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 · 신속한 고발요청…기업에 소명 기회 부여 필요"

공정거래법 · 하도급법 등 공정거래 관련 법률 위반에 따른 형벌부과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고발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전속고발권'이라고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법률 위반으로 고발을 하여야 검찰이 해당 행위에 대해 관련 법률 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 공소를 제기하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은 일반 시민, 주주 등의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제정 시행 당시인 1981년부터 도입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전속고발제도의 합헌성을 일관되게 인정해왔다.

◇손승호 변호사
◇손승호 변호사

즉, 공정거래법 위반죄를 친고죄로 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거래행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지위에 있는 법집행기관으로서 상세한 시장분석을 통하여 위반행위의 경중을 판단하고 당시 시장경제상황의 실상에 따라 시정조치 · 과징금 등 행정조치만으로 규제함이 상당한지, 아니면 나아가 형벌까지 적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2014년 고발 요청권자 확대

다만, 전속고발권이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수사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에 따라 전속고발제도의 운영방식이 일부 보완되었는데, 1997년 검찰총장에게, 2014년 감사원장 · 조달청장 · 중기청장(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게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었다.

이를 의무고발요청제도라고 하는데, 이들 기관의 고발요청이 있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을 하도록 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를 보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입찰담합 등 일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누구든지 고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몇 년간 진행되었으나, 작년 말 전속고발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일단락이 된 상태이다.

의무고발요청제도는 현재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법, 표시광고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6개 법률에 반영되어 있다. 의무고발요청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위반을 확인하여 시정명령 ·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하였으나 사안의 경미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에 한정되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먼저 조사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고발을 요청할 수 없다.

참고로, 검찰총장은 법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결정전이라도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반면, 감사원장 등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에 대해 사후적으로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정도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고발 대비 기소율 75%

공정거래위원회가 1981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래로 공정거래 관련 법률 위반으로 고발 조치한 실적을 살펴보면, 하도급법 위반으로 408건, 부당공동행위로 228건,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로 115건, 방문판매법 위반으로 95건 등의 순으로 고발 조치하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무고발요청제도가 도입된 2014년 이래로 총 448건을 고발 조치하였고, 이에 대해 검찰이 해당 행위에 대해 관련 법률 위반을 검토하여 기소한 비율은 75% 정도에 이른다.

위 통계에는 감사원 등의 의무고발요청 건수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의무고발요청 건수는 제도가 도입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통상 5건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2018년 7건, 2019년 10건, 2020년 23건, 2021년(7월 말 기준) 10건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소벤처부 의무고발요청 적극 행사

최근 기사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2014년 이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 중 총 43건에 대해 의무고발요청권을 행사하였는데, 기존에는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주로 갑을관계 법령 위반행위를 중심으로 의무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오다가, 최근에는 계열사간 내부거래행위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의 피해정도를 별도 평가하여 고발 요청하는 등 의무고발요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요청에 관한 운영규정'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하기 위한 대상이 되는 사건의 유형 및 판단 기준, 그 운영 및 처리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가지 항목(중소기업에 미치는 피해정도, 사회적 파급효과, 상생노력)에 대해 각 법률별로 7~10가지 세부 평가지표(피해정도의 중대성 · 피해 지속기간 등)를 마련하여 각 평가지표를 합산한 점수가 2점 이상인 경우에는 고발 요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총점은 3점임).

다만, 중소벤처기업부의 운영규정에는 피해 정도의 중대성, 피해 지속기간 등 평가지표별 판단기준에 대해 세부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중소벤처기업부 내의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에서 어떠한 기준에 따라 결정을 하고 있는지 업계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참고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의무고발요청 심사대상이 된 기업에게 세부 평가지표 중 과거 법위반 전력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적용한 해당법령뿐만 아니라 상생협력법 등 거래공정화 관련 법위반 전력을 모두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만약 해당 법령이 아닌 다른 법령의 법위반 전력을 고려한다면 이는 고발 요청이라는 침익적 행정행위를 함에 있어 엄격 해석의 원칙상 배치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그 적용 및 집행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 독일, 스페인, 뉴질랜드 등 대부분의 국가가 경쟁법 위반에 대해 형벌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으며,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담합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그 처벌 실적도 몇 년간 2~3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형사 고발보다는 과징금 부과 등 행정조치가 효율적이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하도급법, 대규모유통법, 표시광고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공정거래 관련 법률에서 형벌 규정을 광범위하게 설정해 두고 있다.

의무고발요청권이 행사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무적으로 고발을 해야하므로, 이때 고발 요청은 사실상 고발권 행사와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도와 이를 견제하기 위한 의무고발요청제도는 반드시 신중하고 조화롭게 운용될 필요가 있다.

처분 후 고발요청, 사실상 이중처벌

이러한 제도의 운용이 자칫 각 기관의 견해차, 힘겨루기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기준에 따라 고발여부가 결정된다면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나온 이후 상당 시간이 흐른 후에 의무고발요청권이 행사되면, 기업들로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과는 별도로 같은 사안에 대해 검찰로부터 다시 수사를 받아야 하고 사실상 이중처벌의 부담을 갖게 된다.

따라서 고발(요청)권 행사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 하에 신중하되 신속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으며, 그 의사결정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에게는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손승호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seungho.sohn@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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