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6년간 주야간 교대로 용광로 작업하다가 심장질환으로 사망…업무상 재해"
[노동] "6년간 주야간 교대로 용광로 작업하다가 심장질환으로 사망…업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21.10.04 12: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업무시간 노동부 고시 미달 불구 산재 인정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의 용광로 부근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6년 이상 교대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해온 근로자가 야간근무 중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법원은 사망 직전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지만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9월 7일 야간근무 중 심장질환으로 숨진 근로자 A(사망 당시 43세)씨의 부인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74078)에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3년 4월부터 약 6년 4개월간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1주 간격으로 주간조와 야간조로 번갈아가며 교대근무를 해온 A씨는 야간근무 중이던 2019년 8월 26일 00:15경 공장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허혈성심장질환. 이에 A씨의 부인이 과로 · 교대업무 등으로 심장질환이 발병해 숨진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이 공장에서는 용광로에서 쇠를 녹여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A씨는 용광로 부근에서 용해된 원료의 주입상태를 확인하여 주입기로 용해액에 첨가제를 배합하고, 시료용 쇳물을 길이 1.5m의 긴 국자를 이용하여 채취 · 검사하는 업무 등을 수행했다. 24시간 용광로를 가동하고 있어 A씨가 일하던 작업장의 온도는 약 35도에 이르렀고, 평균 소음은 만성적인 소음 수준인 약 82dB였다. 작업장 내에는 선풍기와 이동식 냉방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A씨는 화상 방지를 위하여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방화 무릎보호대 · 앞치마를 착용한 상태에서 근무했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심장 질병 등의 업무상 질병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A의 허혈성심장질환 발병 직전 12주간 및 4주간의 각 업무시간은 이 고시가 정한 위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하나, 이 고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중 제1항 (다)목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위 시행령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자체가 아니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아 시행령이 정한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 · 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며 "A의 사망 전 업무시간이 위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A에게 발병한 허혈성심장질환이 업무상의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업무상의 재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인바, A에게 고혈압, 당뇨병 등 기존 질병이 있었더라도 A가 적정한 의학적 도움을 받아 질병을 관리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오랫동안 별다른 건강상의 문제 없이 근무해 온 이상, A의 위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4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중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A는 심혈관계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강도의 야간근무와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 · 야간 교대제근무를 오랫동안 해 온 점, A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경까지 야간근무를 포함하여 평균 주당 59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으로 과로상태에 있었다고 보이고, 면역력이 약화되어 2019. 3. 27.경에는 대상포진이 발병하기도 한 점, 그럼에도 A는 2019년 4~6월에도 야간근무를 포함하여 1일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으로 계속하여 과로상태에 있었던 점, A가 일하던 작업장의 온도는 평균 약 35도이었고 소음 수준도 기준치를 상회하여 A가 업무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 · 신체적 피로와 스트레스의 정도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의 노력으로 관리되던 기존 질병이 누적된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연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다가 또다시 야간근무라는 신체적 · 정신적 부담이 주어지자 급성 심장질환으로 발현되어 A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의 업무상 과로와 유해요인 등이 A의 신체적 소인과 겹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허혈성심장질환을 발병하게 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A는 업무상 사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