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미국변호사가 블로그 · 인스타그램에 '#변호사' 해시태그 달았어도 변호사법 위반 무죄"
[형사] "미국변호사가 블로그 · 인스타그램에 '#변호사' 해시태그 달았어도 변호사법 위반 무죄"
  • 기사출고 2021.10.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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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게시글 내용 법률사무와 직접 관련 없어"

미국변호사 자격만 있는 사람이 국내 법무법인에서 활동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변호사'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어도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이 법률사무와 직접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법무법인에 근무하면서 영문 계약서 검토, 해외 고객과의 교섭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변호사 A씨는 2019년 2월 9일경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한 포럼에 참석한 것과 관련된 글을 게시하면서 글 말미에 자신의 영어 이름인 'B'를 넣어 '#B변호사'라고 기재하는 등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블로그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61회에 걸쳐 자신을 'B변호사', '예술법변호사', 'B 예술법 전문변호사' 등으로 표시 또는 기재했다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변호사법 112조 3호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나 법률사무소를 표시 또는 기재하거나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법률 상담이나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뜻을 표시 또는 기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소속 법무법인의 명함에는 '미국변호사/법학박사'라고 기재하였고, 소속 법무법인의 홈페이지에는 'B 미국변호사'라고 표시하였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준혁 판사는 그러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변호사법 제112조의 입법취지와 변호사법 제112조 제3호가 '변호사나 법률사무소를 표시 또는 기재하는 행위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법률 상담이나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뜻을 표시 또는 기재하는 행위를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변호사법 제112조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단순히 변호사의 명칭을 사용하였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러한 표시의 방법과 목적, 법률사무와의 관련성, 이익의 취득 여부, 그러한 표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오인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피고인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B변호사', '예술법변호사'라는 표시가 있다 하더라도 변호사법 제112조가 금지하는 변호사 아닌 자가 변호사로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 블로그의 게시물에는 법률사무와 관련된 내용은 보이지 않고, 피고인 소속 법무법인의 홈페이지, 연락처 등을 게시하거나 이를 홍보, 유인하는 링크는 보이지 않고, 피고인이 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글이나 사진은 대부분 자신의 일상에 관한 내용들"이라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사용한 '#B변호사', '#예술법변호사'는 게시물 본문 아래에 부가되는 해시태그로, 특정 단어나 문구 앞에 '#'을 써서 그 단어와 관련된 정보를 모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표시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 어떠한 의미를 표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또 "위 블로그에는 피고인을 소개하는 란(profile)에 미국 뉴욕주 변호사임을 명시하고 있고, 피고인의 학력과 약력에도 미국의 로스쿨에서 Juris Doctor 과정을 수료하여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실을 상세히 기재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사법시험이나 변호사 자격을 암시하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피고인이 근무하는 법무법인의 홈페이지나 피고인이 사용하는 명함에도 모두 미국변호사 또는 뉴욕주 변호사임이 명시되어 있고, 피고인은 국내 변호사로의 오인을 막기 위해 일부러 본명인 'A' 대신 'B'라는 명칭을 다수 사용하였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변호사법은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으나 국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경우 대외적 명칭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고(외국법자문사법은 외국변호사가 법무부장관의 승인과 대한변협 등록을 거쳐 외국법자문사 자격을 취득한 경우의 명칭 사용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다), 한편 외국변호사에 대하여도 일상적으로 '○○○ 변호사'라는 명칭을 종종 사용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운영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은 특별히 접속이 차단되거나 접속에 장해가 있는 지역이 아니라면 세계 어느 국가와 지역에서라도 접근이 가능한데, 미국 뉴욕주 변호사인 피고인이 미국 뉴욕주에서 위 사이트에 게시물을 작성하면서 변호사 명칭(Attorney at Law)을 사용한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위 게시물이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 내에서 노출된다면 변호사법 위반이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 규정을 단순 적용한다면 미국변호사인 피고인이 미국에서 작성한 게시물이 대한민국 내에서는 모두 불법이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사법 제112조 제3호의 입법목적이 법률 소비자를 보호하고 법조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변호사가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에 대한 호칭으로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변호사법 제112조 제3호 전단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변호사나 법률사무소를 표시 또는 기재하였는지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표시의 방법과 목적, 법률사무와의 관련성, 그러한 표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오인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블로그 프로필에 '국제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B입니다', '예술법 전문가/미국 뉴욕주 변호사(JD)', '법무법인 소속 외국변호사'라고 기재하였고,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Attorney at Law(NY)'라고 기재하였는바, 일반인으로 하여금 피고인이 국내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라고 인식 오인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국내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로 오인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검사는 위와 같은 프로필은 별도의 항목을 찾아서 확인해야만 알 수 있으므로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를 표시'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프로필은 사용자들이 공식 링크를 통해 방문하는 경우 인스타그램은 곧바로, 블로그는 'about me' 메뉴를 클릭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점, 다른 링크를 통해 방문하는 경우에도 사용자들은 통상 블로그 및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자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프로필을 확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의 경우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서 명함이나 소속 법무법인의 홈페이지 등과는 달리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없고, 해시태그의 경우 각 단어마다 분리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해시태그들 및 게시글 본문과 연결되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인데, 피고인의 경우 'B변호사', '예술법변호사', 'B 예술법 전문변호사' 등과 함께 nyc', 'newyork', 'newyorklawyer', '뉴욕변호사' 등을 해시태그로 나열하였고 게시글의 내용도 법률사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도 8월 19일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 변호사법 제112조 제3호에서 정한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를 표시 또는 기재한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1도7355).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