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2012년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취득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409,912원에 매수할 의무는 없다는 내용의, 지난 9월 6일 선고된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 2인에 대한 형사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교보생명은 이에 앞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와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 현재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언론 홍보를 맡고 있는 엑세스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9월 10일 진행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등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ICC 중재재판부의 판정문을 추가 증거로 채택했다. 이에 앞서 변호인들은 ICC 중재 판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는 변호인 의견서와 함께 중재판정문을 증거로 제출했으며, 검사 측도 이날 같은 중재판정문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어피니티 측은 이와 관련해 중재판정부가, 딜로이트 안진이 대우로부터 교보생명의 주식을 매수하던 때인 2012년에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여 딜로이트 안진의 2018년 가치평가가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 투자자들이 평가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찰을 실시한 점, 위 입찰 과정에서 딜로이트 안진은 삼일 PwC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 낙찰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딜로이트 안진이 독립적 가치평가기관이고 그 선정이 상업적 고려 하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또 평가기간 동안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딜로이트 안진과 의사교환을 하였다는 주장과 관련, 딜로이트 안진이 평가에 사용된 가치평가 방법에 관하여 독립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점을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성공적으로 입증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날 공판에선 검찰 측이 신청하여 증인으로 채택된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박 부사장은 교보생명의 재무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번 사건의 고발을 주도한 인물로, 검사는 신창재 회장 개인의 일인 주주간 계약에 회사가 나서서 고발한 이유에 대해 추궁하였고, 박 부사장은 "주주간계약이 신창재 회장 개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가 고발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며 "이 분쟁은 회사에도 큰 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부사장은 또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이 고발에 관여했는가에 대한 검사 측 질문에, "회사와 신창재 회장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FI들이 ICC에 중재 신청을 한 이후에는 윤열현 공동 대표이사 체제가 되었고 검찰 고발은 윤열현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1주당 가치가 43만원으로 되어있다고 강조하는 내재가치평가 보고서를 왜 제공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박진호 부사장은 "내재가치평가 보고서는 원래 1주당 가격이 다소 부풀려진 금액이 나온다"면서 "안진회계법인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제공하지 않는 자료"라고 증언했다.
검사는 또 신창재 회장과 FI간의 주주간 계약에 따라 투자자들이 공정시장가격(FMV)을 산출할 당시 신창재 회장은 왜 평가기관을 선정하지 않고 가격을 제출하지 않았는지 신 회장에게 물어보았느냐고 박 부사장에게 확인했다. 박 부사장은 이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고 당시에 이 업무를 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원래 가격을 제출하려고 했는데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들로부터 거절당하여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음 재판은 10월 1일로 정해졌다. 박진호 부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속될 예정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