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면접교섭 위해 데려온 5살 딸 프랑스 친모에게 돌려보내지 않은 아버지, 미성년자약취 유죄"
[형사] "면접교섭 위해 데려온 5살 딸 프랑스 친모에게 돌려보내지 않은 아버지, 미성년자약취 유죄"
  • 기사출고 2021.09.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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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친부도 보호 · 양육권 남용하면 약취죄 주체 가능"

프랑스에서 이혼소송 중이던 프랑스인 아내와 함께 살던 다섯 살 딸을 면접교섭하기 위해 한국으로 데려온 후 연락을 두절한 한국인 남편에게 미성년자약취죄 유죄가 확정됐다.

A씨는 2007년 3월 일본에서 프랑스인 B씨와 혼인, 2009년 3월 딸을 낳았다. B씨와 딸은 이후 프랑스에서 생활하였고, A씨는 일본에 남아 학업을 마친 후 2010년 4월경부터 프랑스에서 함께 거주하다가 2012년 3월경 혼자 한국으로 귀국했다. B씨는 2012년 7월경 프랑스 법원에 A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고, 프랑스 법원은 2013년 11월 딸의 상시 거주지를 B씨의 거주지로 정하고 A씨는 면접교섭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임시조치 결정을 했다. A씨는 딸(당시 5세)의 여름방학을 맞아 약 1개월 동안 면접교섭하기 위하여 2014년 7월 딸을 데리고 한국으로 오면서 한 달 뒤 돌려보내주겠다고 B씨와 약속했으나, 약속을 어기고 딸을 데려다 주지 않은 채 B씨와 연락을 두절해버렸다. A씨는 미성년자약취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15년 4월 한국 법원에 딸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자신을 지정하고 딸을 인도할 것을 청구했고, 이듬해 수원지방법원이 딸의 양육자로 B씨를 지정하고 딸의 인도를 명하되 친권자 지정은 프랑스 법원의 이혼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하는 심판을 하였다. 이 심판은 2016년 11월 확정되었는데, B씨는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4차례에 걸쳐 딸에 대한 화상통화, 프랑스어 지도, 면접교섭 등을 위한 사전처분 신청을 하여 인용 결정을 받았으나, A씨가 제대로 이행하거나 협조하지 않아 딸과 매우 제한적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 인용 결정에 따른 실행을 하지 못했다. 이후 프랑스 법원이 A씨의 일방적 귀책사유로 인한이혼을 선언하고 친권자와 양육자를 모두 B씨로 지정하고 A씨의  면접교섭권은 유보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여 확정됐다. B씨의 신청으로 딸을 데려가기 위한 적법한 집행시도가 이루어졌으나, 이미 프랑스어를 상당 부분 잊어버리고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딸의 거부로 실패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모두 유죄를 인정하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9월 9일 A씨의 상고를 기각,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9도16421).

대법원은 "미성년자를 보호 · 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 · 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 · 양육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 · 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 · 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전제하고, "부모의 별거 또는 이혼 상황에서 일방 배우자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자녀를 적법하게 데리고 갔다가 면접교섭 기간이 종료하였음에도 양육친에게 데려다주지 않은 경우 그 사정만으로 항상 미성년자약취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피해아동을 그 의사와 복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 및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적극적 행위와 형법적으로 같은 정도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형법 제287조 미성년자약취죄의 약취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자녀의 최대한의 복리 우선의 원칙과 관련하여, 가정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 지정 등에 관한 결정을 할 때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므로, 이러한 가정법원의 결정을 위반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장기간 프랑스 법원의 양육자 지정 결정뿐 아니라, 대한민국 법원의 양육자 지정 및 유아인도 심판, 그 이행명령, 면접교섭 사전처분 등 각종 결정을 지속적으로 위반하였고, 피해아동은 5살의 나이에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했던 피고인과 살면서 기존에 유대관계를 갖고 있던 보호자와 연락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 계속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결국 프랑스에서의 생활관계 및 보호자인 B의 보호관계에서 완전히 이탈되어 프랑스어를 잊어버리고 친모인 B와의 유대관계까지 잃어버리게 되었는바, 이는 실질적으로 피해아동의 복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사전처분 위반에 따른 감치 사건 및 이 사건 원심이 계속 중이던 2019년 10월 딸을 B씨에게 인도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