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환자 동의 없이 조직검사 중 폐 절제…병원 책임 70%"
[의료] "환자 동의 없이 조직검사 중 폐 절제…병원 책임 70%"
  • 기사출고 2021.08.0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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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 설명의무 위반"

환자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조직검사 중 폐 일부를 절제한 의사와 병원에 손해의 70%을 연대하여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7월 8일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했던 A(사고 당시 45세)씨가 "폐 절제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학교법인 가톨릭학원과 의사 C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13401)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7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에선 법무법인 태신과 광장이 A씨를 대리하고, 항소심과 상고심은 법무법인 광장이 A씨를 대리했다.

A씨는 피고 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에서 폐렴 진단을 받은 뒤 2016년 6월 28일 염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의사 C씨로부터 조직검사를 받기로 했다. C씨는 A씨를 전신마취한 다음 조직검사용 검체를 얻기 위해 A씨의 오른쪽 폐상엽 말초 부위 조직을 절제했고, 검체 판독 결과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 소견'이 나왔다. 그런데 C씨는 이 검체로 최종 병리판독을 하더라도 진단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절제한 폐 부위에 염증이 있어 절제된 부위가 다시 잘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판단해 A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우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최종 조직검사 결과는 '결핵' 소견. A씨는 폐를 절제할 필요가 없었다며 C씨와 병원을 상대로 2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C가 원고의 우측 폐상엽 조직 일부를 절제하여 얻은 검체의 냉동생검병리판독 결과를 확인한 후 원고의 동의 없이 우측 폐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 것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의료행위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모두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에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행위를 함에 있어 그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 본인 또는 그 가족에게 그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그 환자가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이와 같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그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또 "의사가 진찰 ·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 · 신체 ·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에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사 정년 70세 인정

이에 앞서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A의 노동능력상실률을 35%로 보고 수술 당시 A가 근무한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의 정년인 만 60세가 되는 2030년 12월까지는 월 3,000만원, 그 이후부터 가동연한에 달하는 2040년 12월까지 즉, 만 70세가 되는 날까지는 10년 이상 남자 변호사의 통계소득인 월 7,672,000원을 기준으로 A의 일실수입을 산정, 손해배상액을 11억여원으로 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