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개발조합이 사업구역내에 토지 등을 소유한 현금청산대상자에게 수용재결절차에 정해진 손실보상금을 공탁했더라도 주거이전비와 이주정착금, 이사비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토지 등의 인도를 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로부터 부동산 인도를 받은 후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하는 것이 대체적인 관행이었던 재개발사업 실무에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6월 30일 인천 부평구의 A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사업구역내에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나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B씨를 상대로 낸 부동산인도청구소송의 상고심(2019다207813)에서 이같이 판시, A조합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인천 부평구 일대 219,328㎡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2009년 2월 A조합이 설립되어 부평구청이 2016년 7월 12일 이 사업의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고 다음날 이를 고시했으나, 이 사업구역 내에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B씨는 A조합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대상자가 되었다.
A조합이 B씨와 손실보상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인천광역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 토지수용위원회가 2017년 5월 손실보상금 2억 3,000여만원, 수용개시일을 2017년 7월 12일로 정하는 내용의 재결을 했고, A조합은 B씨 앞으로 손실보상금 2억 3,000여만원을 공탁한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B씨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여 손실보상금이 2억 3,600여만원으로 증액되어 A조합이 손실보상금 차액 520여만을 추가 공탁했으나, 추가로 손실보상금을 공탁한 이후에도 B씨가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자 A조합이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A조합에 부동산을 인도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B씨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 재판에서,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쟁점은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 고시 후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를 상대로 부동산인도청구를 구할 경우,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가 이주정착금, 이사비 등 주거이전비 등의 미지급을 이유로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은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에 대해서 종전의 토지나 건축물의 인도를 구하려면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 고시만으로는 부족하고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에서 정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토지보상법 제78조에서 정한 주거이전비 등도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에서 정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하므로,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공사에 착수하기 위하여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로부터 정비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을 인도받기 위해서는 협의나 재결절차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 주거이전비 등도 지급할 것이 요구되고, 만일 사업시행자와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 사이에 주거이전비 등에 관한 협의가 성립된다면 사업시행자의 주거이전비 등 지급의무와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의 부동산 인도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게 되고, 재결절차 등에 의할 때에는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절차가 부동산 인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이 사건 사업구역 내에서 주거용 건축물을 소유하면서 거주하던 사람으로 토지보상법령에서 정한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피고가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대상자인 경우에는 원고가 피고에게 협의나 재결절차 등에 의하여 결정된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하여야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의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원고가 주거이전비 등에 대하여 재결신청을 하지 아니하여 수용재결에서 주거이전비 등에 대하여 심리 · 판단하지 않은 채 산정한 토지나 지장물 등 보상금을 공탁한 것만으로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에서 정한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다고 단정하고 원고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인도 청구를 인용한 원심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에서 정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 완료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는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에 대한 수용절차에서 정해진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손실보상금을 공탁하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부동산 인도청구를 하였고, 법원은 토지보상법 제43조, 제45조 등에 따라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의 부동산 인도의무를 인정해 왔으나, 수용재결절차에서 주거이전비 등의 재결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는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받지 못한 채 부동산을 인도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 판결은 주택재개발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대상자나 세입자에게 부동산 인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토지나 건축물에 대한 손실보상금뿐만 아니라 이주정착금, 주거이전비, 이사비에 대한 지급절차도 이행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최초 판결"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