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법무사 실수로 일부 채무 누락해 개인회생인가 받았어도 면책결정 전이면 배상책임 인정 곤란"
[손배] "법무사 실수로 일부 채무 누락해 개인회생인가 받았어도 면책결정 전이면 배상책임 인정 곤란"
  • 기사출고 2021.03.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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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폐지결정 받은 후 개인회생 재신청도 가능"

법무사의 실수로 일부 채무가 누락된 상태로 개인회생인가를 받았더라도 면책결정을 받기 전엔 손해가 현실적 · 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어 법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월 25일 의뢰인 A씨가 "채무 누락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법무사 B씨와 사무직원 C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43180)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들에게 60%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12월 말 개인회생신청에 필요한 신청서 등 서류의 작성과 제출에 관한 사무를 법무사인 B씨에게 위임하고 15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B씨는 사무직원인 C씨에게 이 업무를 담당하여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C씨는 A씨의 개인회생신청서에 첨부된 채권자목록에 한국외환은행에 대한 31,932원, 72,000,000원, 32,000원의 채무를 채권번호 3, 4, 5번으로, 우리카드에 대한 110,896원의 채무를 채권번호 10번으로 각각 기재하여 법원에 접수했다. 법원은 2014년 1월 A씨에게 '외환은행에 대한 채권번호 3번, 4번, 우리카드에 대한 10번의 채권은 소액이므로 변제 후 목록에서 삭제하라'는 보정권고를 했다. 그러나 4번 채무는 7,200만원으로 고액이었고, 5번이 소액이었기 때문에 보정권고의 4번은 잘못 표기된 것이었다.

C씨는 보정권고의 내용을 B씨에게 보고한 다음, A씨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면서 보정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당부하였고, 이에 따라 A씨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소액채무를 삭제한 수정채권자목록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였는데, 실수로 4번 채무까지 삭제해버렸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고 채권자집회를 거쳐 2015년 3월 변제계획인가결정을 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 결과 소액채무인 3, 5, 10번 채무뿐 아니라 4번 채무인 외환은행에 대한 7,200만원의 채무까지 채권자목록에서 삭제되어 변제 대상인 개인회생채권에서 누락되었다. 인가된 변제계획에 따르면, A씨의 총 개인회생채권액은 1억 9,300여만원이고, A씨는 5년간 매월 700,003원씩 원금의 21.6%인 총 4,200만여원을 변제하여 원금의 21.6%를 변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16년 11월 외환은행으로부터 변제를 독촉받고 7,200만원의 채무가 채권자목록에서 삭제되어 변제계획에서 누락된 것을 알게 된 A씨가 "B의 업무상 과실로 개인홰생절차의 채권자목록에서 이 채무가 누락되어 손해를 입었다"며 B, C씨를 상대로 7,2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수원지법 재판부가 7,200만원의 채무가 누락되지 않았다면 변제율 21.6%를 적용, 56,448,000원{7,200만원×(1-0.216)}을 탕감받을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며 손해액을 56,448,000원으로 정하고 여기에 피고들의 책임비율 60%를 곱해 33,868,800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 피고들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보정권고에서 삭제를 권고하는 것으로 기재된 3, 4, 10번의 채무 외에 보정권고에 삭제 권고 대상으로 기재되지 않았으나 소액임이 명백하였던 5번 채무까지도 삭제되어 원고의 변제계획이 작성되고 인가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 스스로도 회생법원이 보정권고를 통해 일부 채무를 삭제할 것을 권고한 이유는 해당 채무가 소액이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피고들로서는 위 보정권고에 '소액이므로 삭제'하라고 기재된 '4번'이 '5번'의 오기는 아닌지 또는 소액의 채무가 아님에도 삭제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확인하거나 이러한 사정을 원고에게 설명하여 적절한 내용으로 보정하도록 조언했어야 함에도, 피고들은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하여 원고로 하여금 4번 채무까지 삭제한 채권자목록을 제출하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고가 피고들의 과실로 4번 채무가 채권자목록에서 삭제되고 결국 누락된 상태로 인가된 변제계획에 따라 월 700,003원씩을 변제하고 있다 하더라도, 원고에 대하여 채무자회생법 제624조에 따른 면책결정이 없는 이상 권리변경의 효력은 없으므로, 피고들의 과실로 인하여 이 채무가 누락된 변제계획이 인가되기 전과 후에 원고가 이 채무를 포함하여 채권자들에 대하여 부담하는 총채무액은 같고 원고의 재산상태에도 차이가 없다"며 "원고는 원심 변론종결일 당시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수행하고 있었을 뿐 회생법원으로부터 면책결정을 받기 전이므로 그 손해가 현실적 · 확정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변제 완료 및 원고에 대한 면책결정 여부를 심리하여 위에서 본 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의 범위와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인정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자의 위임에 따라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을 작성한 법무사의 과실로 일부 채무가 누락된 상태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이 제출되고 그에 따라 작성된 변제계획안을 인가하는 결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즉시 위임인인 채무자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고, 향후 채무자가 일부 채무가 누락된 상태로 작성되어 인가된 변제계획의 수행을 완료하고 법원으로부터 면책결정을 받아 변제계획에 포함된 채무를 면책받은 때에 비로소 채무자의 손해가 현실적 · 확정적으로 발생한다"며 "이때 채무자의 손해는 면책결정 이후에 해당 채권자로부터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받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제계획에서 누락된 채무의 액수 상당액"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과실상계 등과 관련해서도, "개인회생절차에서 변제계획인가결정 이후에 일부 채무가 누락되었음이 발견된 경우 그 경위가 어떠하든지 채무자 스스로 개인회생절차폐지를 신청하여 폐지결정을 받은 다음 다시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채무자는 누락되었던 채무까지 포함한 전체 채무에 관하여 변제계획을 작성하고 인가결정을 받을 수 있으므로, 원고는 이에 따라 누락된 4번 채무까지 포함한 전체 채무에 대하여 변제계획 인가결정을 받고 변제계획을 수행할 수 있었음에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위와 같은 절차를 이용하지 않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며 "원심으로서는 위 사정이 과실상계 또는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사유로 참작할 여지가 있는지 고려해 보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