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수면내시경 후 40대 女환자 사망…의사 책임 80%"
[의료] "수면내시경 후 40대 女환자 사망…의사 책임 80%"
  • 기사출고 2021.01.3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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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설명의무 위반, 경과관찰 소홀"

수면내시경 검사 후 경과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에게 의료과실을 인정, 8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 12부(재판장 김용두 부장판사)는 12월 23일 수면내시경 후 숨진 A(사고 당시 약 48세 10개월)의 남편과 모친이 내시경 시술을 주관한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합23090)에서 피고에게 설명의무 위반과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책임 80%를 인정, 원고들에게 모두 2억 6,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는 2016년 11월 울산 남구의 내과의원을 찾아 이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로부터 용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약 1년 후인 2017년 12월 13일 용종 제거수술 후 경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오전 8시 20분쯤 수면대장내시경 시술을 시작했다. 수면내시경을 시작하기 전인 오전 8시 17분쯤 A는 미다졸람 3ml 와 프로포폴 5ml를 투여받아 수면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A가 많이 움직여 B는 검사상 안전을 위하여 오전 8시 25분과 32분쯤 프로포폴 3ml를 각 추가 투여하였으며, 수면대장내시경 검사 도중 용종이 발견되어 용종절제술을 시행하고 오전 8시 33분쯤 검사를 종료했다. 이후 B는 8시 40분쯤 다시 진료실에서 나와 수면위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기 위하여 내시경실로 들어갔는데, 8시 42분쯤 프로포폴 5ml를 추가 투여한 후 약 3분에 걸쳐 수면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고, 8시 45분쯤 수면위내시경 검사를 종료했다.

그러나 수면내시경 검사를 종료한 후 오전 8시 50분쯤 회복실로 옮겨진 A에 대하여 간호사가 오전 9시 15분쯤 마지막으로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한 후 A는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10분쯤까지 회복실에서 홀로 방치되어 있었고, 간호사가 10시 16분쯤 A를 깨우러 회복실에 들어갔다가 A에게 청색증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되어 B에게 보고하였으며, B는 10시 17분쯤 회복실로 들어가 119에 신고하면서 심폐소생술, 심장마사지, 앰부배깅을 실시하는 등 응급조치를 시행하였으나, 10시 29분쯤 119 구급대원들이 병원에 도착하였을 당시 B가 기관삽관을 시행한 상태였으며 구급대원들이 A를 울산병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A는 심혈관계 억제, 기도폐쇄 등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을 인용,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은 의사 측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을 사용한 수면마취의 경우 기도반사 억제, 기도폐쇄, 호흡억제, 저혈압, 서맥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수면내시경 검사에 앞서 A에게 마취약물을 사용한 수면마취의 방법과 그 필요성 및 부작용, 이와 더불어 마취를 시행하지 않는 형태의 내시경 검사방법과 그 부작용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A로 하여금 위 각 내시경 검사방법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내시경 검사를 진행할 것인지에 관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인데, 제출된 증거들 및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A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수면내시경 검사에 앞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지방간의 증세를 보였던 A는 피고를 만나 신체상태에 대한 평가를 거친다거나 수면내시경 검사에 대한 설명을 받을 기회조차 부여받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피고는 A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A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는 비만환자인데다가 2015.경부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지방간의 증세로 B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왔는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A의 사망은 수면내시경을 위해 투여된 프로포폴, 미다졸람과 연관된 부작용(심혈관계 억제, 기도폐쇄, 호흡억제 등)이 원인이 되었고, 이에 더하여 A에게서 보이는 중증의 심비대증, 중증의 간비대증 및 지방간, 비장 비대증 등의 건강상태가 진정마취제의 부작용을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는바, 평소 기저질환으로 피고에게서 진료를 받던 A에게 진정마취제의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게 작용되거나 작용할 수 있었음은 피고로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피고는 수면내시경 검사 종료 후라 하더라도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그 경과를 면밀히 관찰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고, 피고의 위와 같은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과 A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면내시경 검사가 종료된 후 회복 단계의 환자들에게도 내시경 중 시행한 의식수준과 심폐기능에 대한 감시를 계속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병원 의료진이 작성한 진료기록에는 시술 완료 후 회복단계에서 측정된 A의 혈압, 호흡, 맥박 등의 생체활력징후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로서는 수면내시경 검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그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또한 수면내시경 검사실과 회복실에는 의식상태, 혈압, 산소포화도, 심전도를 감시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환자가 각성상태에 이르기까지 활력징후를 계속적으로 관찰하여야 하며, 호흡억제, 무호흡증의 합병증들은 대부분 위와 같이 산소포화도 및 심박수 등의 감시와 적절한 처치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검사가 종료된 이후 이 사건 병원 의료진은 검사 후 장비를 이용하여 A의 생체활력징후를 관찰함이 없이 간호사가 A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09:30경부터 위 간호사가 A의 청색증을 발견한 10:16경까지 약 46분간 A에 대한 감시나 관찰을 하지 않은 채 방치하였고, 이로 인하여 A의 청색증을 뒤늦게 발견하여 A를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프로포폴은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전신마취제이고, 피고가 A에게 투여한 양은 일반적으로는 안전용량 범위 내에 있는 사실, 이 사건 검사 자체는 큰 위급 상황 없이 종료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바, 사고 발생에는 A의 체질적인 소인 또한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