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담당공무원 요구로 완제품 구매해 납품했어도 직접생산 확인 취소 적법"
[행정] "담당공무원 요구로 완제품 구매해 납품했어도 직접생산 확인 취소 적법"
  • 기사출고 2020.12.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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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직접생산 확인 취소는 기속행위"

수요기관 담당공무원의 요구로 물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다른 업체로부터 완제품을 구매해 납품했어도 직접생산 확인 취소처분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A사는 2016년 7월 A사가 생산한 영상감시장치 1대를 4500여만원에 충북 B군에 납품하는 내용의 물품계약을 조달청과 체결하고, 8월 24일 이 물품을 B군에 납품했다. 계약금액은 나중에 5200여만원으로 증액되었다. 조달청은 이에 앞서 B군의 2016년 도시공원놀이터 CCTV 구매 설치사업에 관한 조합추천 방식의 수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한국CCTV산업협동조합에게 수의시담 대상자 선정을 요청하였고, 한국CCTV산업협동조합은 A사를 포함한 5개 업체를 선정하여 조달청에 그 목록을 송부하였으며, A사가 이 사업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이후 감사원의 감사 결과, B군의 업무담당자가 직접생산 ‧ 납품 관련 협의를 위해 B군청을 방문한 계약업체에게 기존 영상관리시스템과 호환되어야 한다면서 B군 관내 특정업체를 소개하여 해당 업체로부터 완제품을 구매 ‧ 납품하도록 요구, A사 등 9개 계약업체는 당초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에 따라 CCTV 등을 직접생산 ‧ 납품하려 하였으나 요구대로 하지 않을 경우 납품 과정에서 검수 거부 등의 불이익이 우려되어 어쩔 수 없이 물품을 직접생산하지 않고 특정업체로부터 완제품인 CCTV 등 계약물품을 구매하여 B군에 납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중소기업제품 직접생산 여부의 확인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판로지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A사가 직접생산 확인을 받은 모든 제품의 직접생산 확인을 2019년 7월 31일자로 취소하고, 취소일로부터 6개월간 모든 제품에 관한 직접생산 확인 신청을 제한하는 처분을 내리자 A사가 직접생산 확인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중소기업중앙회를 상대로 소송(2019구합74911)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9월 11일 이 사건 처분은 신뢰보호 내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재량권 일탈 · 남용이 아니라며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민후와 손성필 변호사가 A사를, 중소기업중앙회는 법무법인 진운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판로지원법 제11조 제2항 제3호는 중소기업자가 공공기관의 장과 납품 계약을 체결한 후 하청생산 납품, 다른 회사 완제품 구매 납품 등 직접생산하지 아니한 제품을 납품한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직접생산 확인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중소기업자가 직접생산하지 않은 경쟁제품을 납품한 경우 중소기업자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중소기업제품의 구매를 촉진하고 판로를 지원하여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경영안정에 이바지하려는 판로지원법의 입법 목적이 달성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판로지원법 제11조 제2항 제3호 및 제3항이 정하는 직접생산 확인의 취소는 행정청에 재량의 여지가 부여되지 않은 기속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조달청장과 체결한 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수요기관은 수익자의 지위에 불과하므로, 수요기관 감독관의 요구에 따라 계약 내용이 변경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B군의 담당자가 위와 같이 완제품을 구매 · 납품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하여 공적 견해표명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정부조달계약이 거치는 엄격한 절차 및 투명성과 공정성 등의 요구에 비추어 수요기관이 자유롭게 조달물자구매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방서에는 입찰참가자격으로서 계약의 목적물인 영상감시장치에 관하여 판로지원법에 따른 직접생산확인증명을 소지한 사업체이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었고, 계약 체결 이후 수요기관이 타 업체가 생산한 제품의 납품을 요구하였더라도 원고는 조달청과의 계약 내용대로 이행할 것을 제안하였어야 하며, 만일 원고의 주장대로 B군이 타 업체가 생산한 제품의 납품을 강요하였다면 이를 조달청에 고지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였어야 한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이 사건 처분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