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공정거래 부당지원행위 관련 정상가격 산출방법
[리걸타임즈 칼럼] 공정거래 부당지원행위 관련 정상가격 산출방법
  • 기사출고 2020.12.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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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진 변호사]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을 개정했다(시행일은 2020. 9. 10., 이하 "개정 심사지침"). 개정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상가격'의 산출방법을 구체화하였다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그 배경 등에 대하여 논의한 후, 개정 내용에 대하여 간략히 보고자 한다.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부당지원행위에는 크게 2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자금, 자산, 상품, 용역 등의 지원행위'이고, 둘째는 '거래단계 추가 등에 의한 지원행위(이른바 통행세 지원행위)'이다. 위 두 가지 중 하나의 행위를 통하여 다른 회사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이다.

◇최휘진 변호사
◇최휘진 변호사

'자금, 자산, 상품, 용역 등의 지원행위'는 자금, 자산, 상품, 용역 등을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 1의2]),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와 '과다한 경제상 이익 제공'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정상가격'이다.

정상가격 산출의 어려움

실무상 어려움 중 하나는 정상가격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상가격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말하는데, 이러한 가정적인 거래가격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기업집단 A의 소속회사 B사가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계열회사인 C사가 위 프로야구단의 인기 신인 투수인 D선수의 사인볼을 자사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B사로부터 구매하고자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때 C사는 B사에게 얼마를 대가로 지급해야 정상가격으로 거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D선수의 사인볼이 유사한 시기에 유사한 규모로 비계열회사에 판매된 적이 있다면 그 거래가격을 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D선수의 사인볼은 여태까지 판매된 적이 없고, D선수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선수들(E선수, F선수, G선수 등)의 사인볼만 판매된 적이 있다면, 게다가 시기, 규모도 이번 D선수 사인볼 구매 건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면 문제는 어려워지고, 정상가격을 최대한 추단해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상가격을 추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그 사례와 당해 거래 사이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조건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보고, 그 차이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두36112 판결). 위와 같은 가상의 상황 하에서라면, E선수, F선수, G선수 등의 사인볼의 거래 사례를 검토하여, 선수의 인기도, 시기, 규모 등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도출한 후 이를 통해 이번 D선수 사인볼 구매 건의 정상가격을 추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례가 적다면 간략한 추정 방식도 가능하겠지만, 사례가 많고 선수의 인기도, 시기, 규모 등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라면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 등 보다 엄밀한 방법을 동원할 필요도 있다.

◇인기도와 가격 사이의 관계에 관한 그래프(시각적 표현을 위해 단순화)
◇인기도와 가격 사이의 관계에 관한 그래프(시각적 표현을 위해 단순화)

예를 들어, E선수, F선수, G선수의 사인볼 거래 사례만 존재하고, 각 선수의 인기도가 각각 1, 2, 3으로 측정되는 상황에서 회귀분석을 통해 시기, 규모 등의 차이를 통제한 결과 인기도가 사인볼 개당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평균적으로 인기도 1당 10,000원으로 산출되었다고 가정하자. 이때 D선수의 인기도가 6이라면, (시기, 규모 등의 차이가 통제된 상태에서) D선수 사인볼의 개당 가격은 60,000원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남는다. D선수와 나머지 선수들의 인기 사이에 질적 차이가 상당한데, 위와 같은 추정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을 것인가? 집행기관 입장에서나 수범자의 입장에서나 모두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정 심사지침상 자산, 상품, 용역 지원행위의 정상가격 산출방법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상가격 산출이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도 고민을 해 온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고민의 결과가 일정 정도 개정 심사지침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상품, 용역 지원행위와 관련하여 이번 개정을 통해 마련한 산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동일한 사례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사이에 거래한 가격, ②유사한 사례에서 거래조건 등의 차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가격을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③만일 유사사례도 없는 경우에는 거래 당시의 경제 · 경영상황 등을 고려하여 보편적으로 선택하였을 현실적인 가격을 규명하도록 하고, 이 경우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 제5조(정상가격의 산출방법) 및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장(재산의 평가)에서 정하는 방법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중에서 유사사례가 없다면 국조법상 정상가격 산출방법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한 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조법은 참고 기준으로 활용할 여지가 상당한 방법들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부당지원행위 여부 판단을 위한 정상가격은 제재적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조세 부과 조정을 목적으로 하는 국조법상 정상가격보다 엄격하게 산정, 적용되어야 타당할 것이다(주진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관련 정상가격 산정 기준, 271, 272면 등 참고). 향후 실무상 적용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개정 심사지침상 자금 지원행위의 정상가격 산출방법

개정 심사지침상 자금 지원행위에서의 정상가격(개별정상금리) 산출방법은 다음 금리를 순차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①동일한 상황에서 지원객체와 특수관계 없는 독립된 자 사이에 적용될 금리, ②유사한 상황에서 지원객체와 특수관계 없는 독립된 자 사이에 적용될 금리, ③동일 ·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사이에 적용될 금리. 이는 종전 심사지침의 내용을 보다 간명하게 정비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무상 유의할 점은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과 관련한 시가(市價) 산출방법(자금을 대여하는 법인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시가로 함)과 위 정상가격 산출방법(자금을 차용하는 법인이 제3자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금리를 기준으로 함)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인세법상 시가에 따른 거래라도 정상가격을 벗어난 부당지원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 2020. 1. 15. 선고 2019누38788 판결, 확정).

향후 전망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 심사지침의 내용에 기반하여 법집행을 하고자 할 것이고, 정상가격 산출과 관련한 여러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심사지침은 법규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새로 제시된 기준들에 따른 정상가격 산출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될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원의 판단을 통해 정립되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휘진 변호사, CFA(법무법인 태평양, hwijin.choi@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