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과감한 변혁을 시도한 일본의 개정 디자인법
[리걸타임즈 칼럼] 과감한 변혁을 시도한 일본의 개정 디자인법
  • 기사출고 2020.10.0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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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일자로 일본 디자인법이 오랜 숙의를 거쳐 전면 개정되었다. 특히 이번 개정법에는 GUI, 아이콘 같은 화상디자인에 물품성을 요구하지 않는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 한국에서도 화상디자인의 물품성을 완화하는 디자인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찬반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진 바 있으나, 물품성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디자인보호법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 결국 개정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밖에도 일본 개정법은 종래 디자인 출원이 인정되지 않았던 건축물 외관과 내장 디자인도 출원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한 시차를 두고 업그레이드 되는 시리즈 디자인의 폭넓은 보호를 위해 10년 동안 연쇄적으로 유사한 관련디자인을 출원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이하에서는 이들 조항을 담은 일본법의 개정 배경과 함께 개정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한국디자인보호법의 개정 전망에 대하여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이경선 변리사 · 이시열 변호사
◇이경선 변리사 · 이시열 변호사

왜 바뀌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그간 저조했던 일본 디자인 출원건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디자인 출원 통계를 보면 연간 3만건 수준으로 연간 6만건 넘게 출원되는 한국에 비해 1/2 수준에 불과하다. 디자인 강국인 일본의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임은 분명하다. 이에 디자인 출원 대상을 물품뿐 아니라, 물품에 화체되지 않은 화상이나 건축물 디자인에까지 대폭 확대하고, 나아가 이들의 조합으로서의 내장디자인도 출원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디자인 출원의 저변을 넓히고 기존의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디자인 출원의 활성화를 꾀하고자 하는 의도가 깊게 깔려있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일본이 산업디자인의 국제등록에 관한 헤이그협정에 가입함에 따라 일본을 지정한 디자인 국제출원이 가능하게 되었는 바, 헤이그 루트를 통해 일본을 지정하는 국제 디자인 출원을 늘리려면 미국, 유럽 등 제 외국에서 인정되는 디자인 제도를 적극 도입하여 국제적 추세와도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었다. 다시 말해 4차 산업혁명,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제도 개혁을 통해 userfriendly한 디자인 제도를 재정립하여 디자인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우선 물품에 기록, 표시되지 않은 화상디자인 출원을 인정한 점은 진일보한 입법으로 생각된다. GUI, 아이콘 같은 화상디자인은 실로 다종 다양한 전자기기나 네트워크상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디자인보호법상 화상디자인 출원을 하려면 반드시 물품을 특정해 출원을 해야 하므로 형식적으로 컴퓨터, 핸드폰 등의 테두리 이미지에 해당 화상디자인을 넣어 출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예컨대 클라우드 서버에 기록되고 유저가 이용시 네트워크를 통해 송신되는 화상이나, 벽이나 도로에 투영되는 유저 인터페이스의 경우에도 물품 지정 없이 용도만 특정하면 화상디자인의 출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개정법에 있어서도 화상은 기기의 조작용으로 제공되는 것 또는 기기가 그 기능을 발휘한 결과로서 표시되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금후 IT 업계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 예상된다.

그간 한국과 일본 공히 부동산인 건축물은 디자인 출원의 전제 요건인 물품성이 없다고 보아 디자인 출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건축물의 내장 인테리어의 경우도 내장을 구성하는 복수의 물품을 각각 출원해야 하고 이들을 조합한 내장 전체로서 디자인 출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본개정법에서는 미국, 유럽처럼 건축물의 외관 디자인이나 내장 인테리어도 디자인 출원 등록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동 개정에 앞서 일본에서는 "코메다 커피점(コメダ珈琲店)"이라는 커피 체인점의 독특한 건축물 외관과 내장 인테리어를 모방한 업체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사용중지 가처분을 인정한 케이스가 큰 주목을 끌었던 바, 이후 건축물의 외관/내장 디자인 모방에 대한 효과적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결국 이번 법개정에 이른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은 여전히 건축물의 외관이나 내장 인테리어는 디자인 출원 대상이 아니다. 물론 건축물 외관이나 내장이 국내에 널리 알려져 출처표시로서 기능할 정도에 이른 경우, 한국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구제가 가능하나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국내 주지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번 일본법 개정은 건축물 디자인을 출원을 통해 손쉽게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건축업계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한 제도 개혁으로 보인다. 다만, 건축물을 시공하기에 앞서 자신의 건축물 디자인이 제3자의 등록디자인을 침해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등록디자인 서치를 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고, 디자인출원은 원칙상 등록공고시까지 공개되지 않으므로 시공 당시 검색되지 않았던 동일/유사한 디자인이 시공 이후 발견될 경우 건축물 설계를 바꾸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일본 건축업계에서는 기대반 우려반으로 개정법 시행 이후의 건축물 디
자인 보호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디자인 보호 대폭 강화

이번 개정법에서 또 하나의 놀라운 변화는 관련디자인의 보호가 대폭 강화된 점이다. 관련디자인이란 동일한 출원인의 시리즈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기본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을 관련디자인으로 후속 출원하여 등록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한국은 기본디자인 출원일로부터 1년내에만 관련디자인 출원이 가능하고, 관련디자인에만 유사한 관련디자인의 연쇄적 등록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 기본디자인의 디자인공보 발행일 전까지만(대략 8개월 이내) 관련디자인 출원을 인정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기본디자인 출원일로부터 무려 10년까지 관련디자인을 출원할 수 있도록 하였고, 관련디자인에만 유사한 관련디자인도 등록받을 수 있도록 하여 시간차를 두고 업그레이드되는 시리즈 디자인을 폭넓게 보호하고 있다.

그밖에도 디자인권 존속기간이 기존의 등록일로부터 20년에서, 출원일로부터 25년으로 늘어났다(참고로 한국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이다). 한편 한국에서 오래전 도입하여 이미 정착된 복수디자인의 일괄 출원은 2021년 4월 1일부터 일본에서도 가능할 전망이다.

금후 한국 디자인보호법의 개정 전망

한국에서도 화상디자인의 물품성을 완화하는 디자인보호법 일부 개정안(송갑석 의원 대표 발의)이 최근 발의되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도입을 위한 논의가 끊임없이 있어 왔고, 한국과 유사한 법제를 지닌 일본에서 먼저 시행중인 만큼 이번만큼은 도입 가능성이 적지 않아보인다. 그밖에 건축물 외관/내장 디자인이나 관련디자인에 관한 개정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하나, 일본 개정법의 운용 추이를 살펴보며 디자인 보호를 강화할 후속 개정이 속속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경선 변리사 · 이시열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slee@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