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새로운 증거도 없이 요양병원에 대해 중복조사를 벌여 요양기관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내렸다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는 7월 31일 전주시 덕진구에서 요양병원을 개설 · 운영하고 있는 H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주시 덕진구청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65412)에서 이같이 판시, "114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과 110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의료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세승이 H의료생협을, 보건복지부장관은 정부법무공단이 대리했다.
H의료생협이 개설 · 운영하고 있는 요양병원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보건복지부가 각각 1 · 2차 현지조사를 벌여, 각 조사 결과에 따라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입원료 차등제 위반 및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수 비율에 따른 감산 위반을 사유로 보건복지부는 114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과 110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전주시 덕진구는 의료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하자 "2차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상 금지되는 중복행정조사"라며 각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행정조사기본법 제15조 제1항에 의하면, 당해 행정기관이 이미 조사를 받은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새로운 증거를 확보한 경우가 아니라면,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동일한 조사대상자를 재조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전제하고, "이는 반복적인 행정조사에 의한 조사대상자의 권익 침해와 조사관청의 자의적인 권한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위 규정에서 금지하는 중복조사에 기초한 제재적 행정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경우 행정청은 원처분을 취소하고 중복조사 관련 부분을 제외한 정당한 조사 범위 내의 자료를 근거로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재량권을 다시 행사하고 재처분을 하여야 할 것인바(설령 행정청이 중복조사로 얻은 자료를 배제하고서도 동일한 처분이 가능하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복조사의 하자가 있는 원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허용할 수는 없다), 법원으로서는 재량권의 일탈 · 남용 여부만 판단할 수 있을 뿐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를 결정할 수 없으므로, 행정처분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차 조사는 원고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의 2014. 10.부터 2015. 6.까지의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 부정수급 여부를 중복조사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를 행정조사기본법 제7조에서 규정한 수시조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요양기관 업무정지 등 이 사건 각 처분은 위와 같은 중복조사에 근거한 것으로서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전부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 · 2차 각 조사명령서는 모두 보건복지부장관이 작성한 것으로서, 각 조사의 주체가 동일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위임을 받아 실제로 조사를 수행한 사람의 소속 기관이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각 조사의 주체가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보건복지부 소속 부서 간에는 행정조사기본법 제14조 제1항의 공동조사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2차 조사의 조사대상기간 중 2014. 10.부터 2015. 6.까지는 1차 조사대상기간과 중복된다"고 밝혔다.
또 "2차 조사는 이 사건 처분사유와 같은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의 부정수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하여 이루어졌고, 1차 조사명령서에 의하면 당시 조사범위에는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상 요양급여비용 청구의 적정성'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피고들은 1차 조사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 대한 소위 '사무장 병원' 운영 여부를 검토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으므로 2차 조사와 그 조사대상이 다르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와 같은 조사명령서의 기재 외에도 1차 조사명령서상 제출요구 자료 또한 '의료협동조합 개설 의료기관 조사 요구 자료'와 '요양급여 청구 적정성 관련 목록'으로 구분되어 있는 점, 2차 조사 당시 요구한 자료 중 대부분은 1차 조사 당시에도 요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각 조사명령서에 의하면 조사의 근거규정 또한 국민건강보험법 제97조, 의료급여법 제32조로 동일하다(1차 조사의 의료법 제61조는 의료서비스의 질, 의료기관 운영의 적정성 조사에 관한 근거규정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1차 조사 이후에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정황을 넘어 새로운 증거가 확보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