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 압수수색 과정의 임의성은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수사 · 압수수색 과정의 임의성은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 기사출고 2020.08.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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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변호인 선임 요청하면 즉시 수사중단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수사절차나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임의성은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한다는 권고를 잇따라 내려 주목된다.

국가인권위 잇따라 권고

인권위는 8월 5일 경찰청장에게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증거물 등을 임의제출 받은 경우 임의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수사관을 대상으로 적법절차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임의제출에 대한 피조사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범죄수사규칙」에 관련규정을 마련할 것을, ▲피의자가 조사과정에서 변호인을 선임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한 경우 즉시 조사를 중단하고 변호인 조력권 보장을 위하여 상당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범죄수사규칙」에 관련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진정인은 "피의자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이 진정인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봉인된 소지품을 열람하고 복사하였으며, 피의자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후 진술하겠다고 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조사를 강행하였다"라는 내용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담당 경찰관인 피진정인은 "추후 소지품을 확인한다고 진정인에게 고지한 후 소지품을 봉인하였으며, 봉인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범죄혐의와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발견하여 진정인의 동의를 구한 후 해당 자료를 복사하여 피의자 신문조서에 첨부하였다"라고 주장했다. 또 변호사 선임에 대해서는, "진정인이 계속하여 변호인 선임 후 조사를 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해서 진정인의 모친에게 연락해 주었다. 이후 진정인의 모친이 도착할 때까지 진정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진행하였는데, 이는 검사의 수사지휘 및 체포시한의 임박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피진정인은 진정인을 피의자 신문하며 진정인의 봉인된 개인소지품을 해제하여 자료를 열람하였고, 그중 일부 서류를 확인한 후 복사하여 조서에 첨부하였다는 사실을 조서에 기재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에 진정인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진정인은 또 피의자 신문 초기에 피진정인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변호인 선임을 위하여 자신의 모친에게 연락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데, 이에 피진정인은 진정인을 모친과 연락할 수 있도록 해주었을 뿐, 변호사를 선임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바로 진정인에 대한 피의사실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수사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제출 명목의 강제적인 압수를 행할 우려가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수사기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또한 해당 사건에서 진정인이 임의제출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동의서 등 관련 자료가 없으므로 진정인이 해당 소지품을 임의로 제출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보아, 피진정인의 행위를 헌법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비준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변호인의 준비를 위하여 충분한 시간과 편의를 가질 것과 본인이 선임한 변호인과 연락을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어, 진정인이 변호인 선임을 요청한 이상 국제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진정인에게 변호사 선임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수사절차를 부당하게 지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변호인 선임을 위한 상당시간을 제공하는 등 관련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특히 우리나라 같이 아직까지 피의자에 대한 형사 공공변호인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국가의 경우에는 피의자의 사선 변호인 선임 요청에 대한 절차적 권리 보장을 더욱 두텁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8월 11일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영장 없이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받아 가택 등을 수색하는 경우 임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것과, 소속 경찰관들이 수색조서 작성 등의 절차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해당 사건사례를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은 "거주 중인 오피스텔 내 택배 분실 사건과 관련하여 지구대 경찰관이 영장 없이 집을 수색하고, 수색 목적을 설명하지 않았으며,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 가는 등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라는 내용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담당 경찰관인 피진정인들은 "택배 분실과 관련된 112신고를 접수하고 CCTV를 확인한 후, 수사상 필요하여 진정인의 동의하에 가택을 수색하고 사진을 촬영하였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당시 피진정인들의 수색에 대해 진정인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입증할 어떠한 자료나 정황이 없고, 수색 이후 작성되었어야 할 수색조서나 증명서 또한 작성되지 아니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수사기관이 우월적 지위에 의한 강압적인 수사를 행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 사건과 같은 임의성 여부를 다투는 경우에 있어 그 임의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수사기관에 있고, 수사기관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임의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다. 피진정인들의 수색은 그 임의성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절차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등 적절한 수사 방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배하여, 제16조가 보장하는 진정인의 주거의 자유 및 평온을 침해한 행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