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결혼 반대' 여친 아버지 살해한 지적장애인에 징역 18년
[형사] '결혼 반대' 여친 아버지 살해한 지적장애인에 징역 18년
  • 기사출고 2020.08.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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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심신미약 인정 안 돼"

결혼을 반대하고 장애자라고 무시했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살해한 지적장애 남성에게 징역 18년이 확정됐다.

지적장애가 있는 A씨는 창녕군 장애인 근로사업장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마찬가지로 지적장애가 있는 B(여)씨와 2018년 12월경부터 연인 사이로 지내왔다. A씨와 B씨는 2019년 1월경 B씨의 아버지(당시 66세)에게 자신들의 결혼을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B씨의 아버지가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결혼 대가로 돈을 요구하자 B씨의 아버지에 대하여 반감을 갖게 되었고, 계속하여 이와 같은 B씨의 아버지의 요구로 인한 갈등이 반복되어 2019년 3월경에 이르러서는 B씨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결혼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A씨는 2019년 4월 19일 오후 4시쯤 경남 창녕군 창녕읍에 있는 한 병원에서 만난 B씨의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가리키며 "저 놈 정신병 약을 먹는다. 정신이 나갔다"고 하는 등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하자, 그동안 B씨의 아버지가 결혼 대가로 돈을 요구하며 자신의 모친에 대해서도 "장애인이다, 눈이 안 보인다"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하였던 것이 생각 나 화를 참지 못하고 B씨와 공모하여 그 날 밤 B씨의 집에서 술 취해 잠든 B씨의 아버지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됐다. B씨는 오후 9시 19분쯤 A씨에게 "오빠 아빠 자니까 조금 있다가 와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다음 오후 10시쯤 A씨가 집으로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어주었고, A씨는 열린 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미리 준비해 둔 흉기를 꺼내어 들고 B씨의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와 B씨는 범행 약 2주 전 마트에 함께 들어가 A씨가 고르고, B씨가 현금으로 대금을 지불해 흉기를 구입했다. 

A씨는 재판에서 "범행 당시 지적장애로 인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 A는 범행 약 2주 전부터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흉기를 구입해 숨겨두고, 범행 당일에도 미리 장갑과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오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 A는 피고인 B에게 먼저 피해자를 살해하자고 제의하였고, 범행 후 피고인 B에게 '입 다물고 있어라, 피해자를 죽인 일은 비밀로 해라, 내가 모두 알아서 할게'라고 하여 피고인들 모두 최초 참고인 조사에서 사건 경위에 관하여 허위 진술을 한 점, 피고인 A가 수사기관에서 한 살해 동기 및 경위에 관한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인 점, 수사기관에서 시행된 사회성숙도 검사 결과 피고인 A의 사회성숙 지수(SQ)가 91.67로 일반인의 기준을 100으로 보았을 때 지적장애 판정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점, 피고인 A의 정신감정을 한 감정의 역시 '지능 저하, 추상적 사고기능의 저하 등으로 경도의 지적장애에 해당하나,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심신장애(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의 수준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게 징역 18년, B씨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했다. B씨는 심신미약 감경을 받았다. 

A씨와 B씨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7월 9일 "원심판결에 심신미약에 관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는 것을 상고이유에 비로소 주장하는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하고, 나아가 직권으로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수법,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2020도5502).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