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사무소를 양도한 후 900m 떨어진 곳에서 또다시 중개사 영업을 한 양도인을 상대로 양수인이 영업폐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상법상 영업양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경업금지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A씨는 2018년 9월 10일 B씨 등 2명이 운영하는 대구에 있는 한 건물 1층에 있던 C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관하여 양수 · 양도계약을 체결하고 8,000만원의 권리금을 지급한 후 이 중개사무소를 인도받아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B씨 등이 900m 떨어진 곳에서 'D공인중개사사무소'라는 상호로 다시 부동산 중개업을 하자 경업금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B씨 등을 상대로 영업폐지와 4,000만원의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소송(2019가합204818)을 냈다.
대구지법 민사14부(재판장 장병준 부장판사)는 그러나 5월 28일 "피고들에게 경업금지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들이 맺은) 양도계약서 1조에서는 '양도범위'에 관하여 비품일체만 포함하고 있고, 거래관계나 영업력 등 무형자산에 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C부동산'이라는 종전 상호는 명시적으로 양도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원고는 종전 상호와는 완전히 다른 상호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양도계약 2조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잔금수령과 동시에 '모든 시설 및 영업권을 포함하여 인도'하여 주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인도 목적물인 '시설'과 관련하여서는 이미 1조에서 유형자산 중 컴퓨터, 방안 설비 비품을 제외하고 있고, 인도 목적물인 '영업권'과 관련하여서는 그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특정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양도계약에 의하여 C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이 사건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직원 등 인적조직이 피고들로부터 원고에게 이전, 승계된 사정도 보이지 않고, 피고들은 원고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자신들이 의뢰받은 부동산중개건을 2018. 10. 17. 및 같은 해 11. 27. 일부 넘긴 적이 있으나, 이 양도계약서상 위와 같은 중개건을 양도하였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들이 이 양도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관한 인적 · 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기로 하는 상법상 영업양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양도계약에서는 원고의 잔금지급의무와 피고들의 C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관한 인도의무는 동시이행의무로 규정되어 있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약정해제권 및 위약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이 양도계약에 따른 잔금을 지급기일보다 이른 2018년 10월 1일 모두 지급하였고 피고들은 양도계약의 잔금지급기일을 경과하여 2018년 10월 17일 및 11월 27일 부동산중개건을 일부 인도하여 주었음에도, 원고는 피고들에게 그동안 부동산중개건을 넘겨주지 않은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보이지 않고, 2018년 10월 17일에는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에게 상법상 공인중개사의 영업을 양도한 것이 아닌 이상 피고들에게 원고에 대하여 상법 41조 1항에 따른 경업금지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2007다17123,17130)에 따르면, 상법상의 영업양도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 · 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고,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는 단지 어떠한 영업재산이 어느 정도로 이전되어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종래의 영업조직이 유지되어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므로, 영업재산의 일부를 유보한 채 영업시설을 양도했어도 그 양도한 부분만으로도 종래의 조직이 유지되어 있다고 사회관념상 인정되면 그것을 영업의 양도라 볼 것이지만, 반면에 영업재산의 전부를 양도했어도 그 조직을 해체하여 양도했다면 영업의 양도로 볼 수 없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