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저녁에 왕복 6차선 무단횡단하는 보행자 치어 사망…운전자 무죄"
[교통] "저녁에 왕복 6차선 무단횡단하는 보행자 치어 사망…운전자 무죄"
  • 기사출고 2020.06.0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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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화단 중앙분리대…발견 쉽지 않아"

저녁에 왕복 6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A(31)씨는 2019년 4월 26일 오후 8시 5분쯤 투싼 승용차를 운전하여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왕복 6차로 도로에서 편도 3차로 중 1차로를 따라 시속 약 46km의 속력으로 진행하다가 A씨의 진행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오 모(여 · 당시 82세)씨를 자신의 승용차 우측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오씨는 같은날 오후 9시 7분쯤 용인시에 있는 한 병원에서 치료 중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검찰은 전방주시의무를 태만히 한 업무상의 과실로 오씨를 사망하게 했다며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사고지점 인근에 설치된 CCTV의 영상에 의하면 당시 차량의 통행이 빈번하였고 횡단보도는 없었으며 중앙분리시설로 화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고 발생시각은 저녁으로 어두웠고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수원지법 이소연 판사는그러나  4월 17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단3185).

이 판사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피해자는 위아래 모두 어두운 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고, 아들과 함께 피고인 진행방향의 반대차선 3차로를 무단횡단하여 중앙분리시설인 화단에 서 있다가 아들이 먼저 피고인 진행방향의 차선을 무단횡단하여 절반 이상 건너갔을 무렵에 피해자가 위 화단에서 나와 무단횡단하다가 이 사건 승용차에 충격당하였다"고 지적하고, "위 화단에는 나무가 식재되어 있었고 피고인 진행방향의 도로는 왼쪽으로 약간 굽은 형태였으며 피고인이 1차로를 운행하고 있었는바, 피고인이 중앙분리시설인 화단에서 무단횡단하며 나타난 피해자를 용이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피해자의 아들이 이미 2차로 이상 건너갔을 무렵이어서 피고인으로서는 또 다른 무단횡단 보행자가 위 화단에서 나오리라고 일반적으로 예측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판사에 따르면, 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는 교통사고 감정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지한 시점을 판단하기 어려워 충돌 회피 가능 여부에 대한 분석은 불가하다고 회신하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는 교통사고분석 감정서에서 피해자가 1차로에 진입하였을 당시 (A씨의) 승용차와 피해자의 거리는 약 20.3~23.9m로 계산되고 이 승용차의 정지거리는 약 42.4~55.2m로 계산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1차로에 진입하던 시점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지한 후 제동하여도 사고를 회피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회신하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