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의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인 A(65)씨는 2018년 6월 조합원이었다가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계약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자가 된 B씨 등 201명으로부터 '개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재개발감정평가서류 일체'에 대한 복사신청서를 송달받았으나 각 15일 이내에 이들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A씨는 또 이에 앞서 2017년 1월 한 조합원의 '조합원 명부 중 대표자선임 서류 일체'의 열람신청서를 수령하고, 2017년 2월 또 다른 조합원의 '2014년 9월 27일 시공사총회까지 대표자 선임관련자료 일체'의 열람신청서를 수령하였으나 각 15일 이내에 이들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울산지법 문기선 판사는 5월 14일 이들 혐의와 2014년 9월 27일자 '시공사선정을 위한 총회 참석자 명부'의 원본을 보관하지 않은 혐의(도시정비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2019고정117).
A씨는 재판에서 "현금청산자 201명의 복사신청서를 수령하지 못하여 그러한 복사신청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였다"며 "도시정비법 관련규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 판사는 그러나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대표자인 피고인에게는 조합의 사무실에 송달되는 문서 특히 자신의 사무에 속하는 내용의 문서를 정확히 파악할 책임이 있고, 위 201명의 복사신청서는 조합측의 우편물 수령확인 직접 서명 여부와 무관하게 현실로서 조합의 사무실에 도착하여 있었으므로 조합의 영역에 정상적으로 들어온 점, 위 문서가 누군가의 방해에 의해 피고인의 손에 전달되지 못한 것도 아니고 몰래 도착하거나 숨겨져 있었던 것도 아닌 점, 201장은 적지 않은 분량의 문서로 조합내의 누구라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러한 우편물 도착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점, 피고인은 2011. 12. 8.경부터 이 조합의 조합장으로 재직하였고 서류의 열람 · 복사와 관련하여 처벌받은 전력도 있는바, 조합원 등의 열람 · 복사신청이 있는 경우 조합장이 이에 응해야 하고, 이를 어길시 처벌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점,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조합원 등의 열람 · 복사신청서가 방치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201장에 이르는 상당한 분량의 내용증명우편이 사무실에 도착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만 주장하고 있는바 그러한 피고인의 변명을 쉽게 믿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은 위 201장의 복사신청 사실을 잘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복사신청서가 도착한 사실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또 대표자선임 관련 서류의 열람 신청에 불응한 것과 관련, "조합원들이 열람신청한 대상 서류 안에 조합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조합장으로서는 관련 정보공개 청구소송의 결론이 날 때까지 조합원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하여 정보공개를 보류할 책임이 있었고, 정보주체인 조합원들의 개별적 동의도 없었던 상황이었으므로 위 서류 열람신청에 응하지 않은 행위는 도시정비법상 관련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문 판사는 그러나 "구도시정비법 81조 6항은 '토지등소유자 명부를 포함하여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자료를 토지등소유자가 열람 · 복사를 요청하는 경우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법 81조 3항은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6항에 따라 공개 및 열람 · 복사 등을 하는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공개제외 대상인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관련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아니한 것은 위 명문 규정에 반한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하고, "뿐만 아니라 구도시정비법 81조 7항이 '6항에 따른 청구인은 제공받은 서류와 자료를 사용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 · 활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17조 1항 2호, 15조 1항 2호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바, 단순히 개인정보보호법이나 관련 소송 진행 중인 사실, 정보주체의 구체적 동의 여부를 들어 피고인의 열람신청 불응행위를 정당화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문 판사는 다만, 200건 이상의 복사신청이 동시에 있었는바 그 형식적 심사조차 다른 조합사무와 병행하여 신속히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인 점, 이후 신청인 중 복사신청한 서류를 수령한 사람도 있었고 자신이 복사신청한 사실조차 잊거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기억하는 사람도 있는 점 등을 참작,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구 도시정비법과 같은 내용의 도시정비법 124조 4항은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대하여 열람 · 복사 요청을 한 경우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는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38조 1항 7호).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