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니켈 검출 사실 숨긴 코웨이, 정수기 소비자에 100만원씩 배상하라"
[손배] "니켈 검출 사실 숨긴 코웨이, 정수기 소비자에 100만원씩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0.05.2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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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고지의무 위반도 채무불이행"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이 검출되어 플라스틱 커버를 장착하면서도 이를 정수기 사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코웨이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패소 판결을 취소하고 계약자들에게 일부 승소 판결했다.

코웨이의 정수기 점검 직원이 2015년 7월 23일경 고객 정수기를 정기 점검하던 중 냉수 탱크에서 은색의 금속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회사에 보고했다. 조사 결과 얼음을 냉각하는 데 사용되는 부품인 증발기의 외부 니켈도금이 박리되어 그 아래 설치되어 있던 냉수 탱크에 떨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코웨이가 직원들이 사용하던 같은 모델의 정수기 19대를 검사한 결과 13대의 '냉수'에서 니켈성분이 검출되었는데, 이중 4대에선 세계보건기구(WHO)의 평생음용권고치보다 높은 농도의 니켈 성분이 검출되었다.

코웨이는 2015년 8월 중순경 니켈 검출에 대한 대책으로 플라스틱 커버를 장착하는 방안을 채택, 필터 교환 및 탱크 청소 서비스 과정에서 고객들이 사용하던 같은 모델 정수기들의 증발기에 플라스틱 커버를 장착했으나, 고객들에게 니켈도금 박리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임을 알리지 않고, 냉각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커버를 장착하는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코웨이는 2016년 5월까지 판매된 정수기 중 97%에 플라스틱 커버를 장착했다.

그러나 2016년 7월 코웨이의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되었고, 코웨이가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민관 합동조사에서 문제가 된 모델의 정수기 100대 중 22대에서 니켈 도금이 벗겨지는 손상이 확인됐다. 코웨이는 해당 모델 제품들을 리콜하고 렌탈료 전액을 환불조치했으나 그 제품들을 대여받거나 구입해 사용했던 박 모씨 등 소비자 233명이 "얼음정수기를 판매함에 있어서 소비자의 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1인당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자 원고들이 항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이숙연 부장판사)는 5월 22일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코웨이는 정수기 임대 · 매매계약을 맺은 227명의 원고들에게 1인당 1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19나2021697). 다만 코웨이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가족이 임차한 정수기를 사용한 6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남희웅 변호사가 원고들을, 코웨이는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8다62427 등)을 인용, "계약당사자는 주된 급부의무 외에도 계약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또는 급부이익 보호를 위하여 종된 의무로서 여러 가지 부수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하고, "급부의 적절한 이행을 위한 상호 성실한 협력의무, 급부 이행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손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할 의무,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 등을 그 예로서 들 수 있고, 이러한 부수적 의무는 법률이나 계약 외에도 채권관계의 성질 혹은 신의성실 원칙으로부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에게는 이 사건 각 정수기의 매도 및 임대 등 관련 서비스(정기점검 등)의 제공이라는 주된 급부 제공 의무 외에 부수적 의무로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정수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정수기의 핵심적 · 본질적 기능이나 설계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계약의 상대방인 계약자 원고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사실(니켈이 검출된 정수기와 동일 모델 각 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었고, 피고 자체 검사 결과에서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은 피고가 품질보증한 정수기의 핵심적 · 본질적 기능과 설계상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이는 계약자 원고들의 계약 유지 등에 관한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위해, 피고가 원고들에게 고지할 필요가 있는 사항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로서는 자체 검사 결과 정수기 19대 중 13대의 '냉수'에서만 니켈성분이 검출된 때 또는 늦어도 피고가 보완책으로 플라스틱 커버를 장착하기로 한 2015. 8. 중순경에는 계약자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실을 고지하고, 계약자 원고들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플라스틱 커버 장착을 택할지 또는 계약의 해지나 정수기 모델의 교체를 택할지에 관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였어야 한다"며 "각 정수기에서 검출된 니켈성분으로 인하여 계약자 원고들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야기하였음을 인정하기는 어려우나, 피고에게 각 정수기의 본질적인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사실에 관하여 고지의무가 있는 이상, 원고들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아니하였다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낮다는 점만으로는, 피고의 고지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이 사건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계약자 원고들은 약 1년간 니켈도금 박리 혹은 니켈성분 함유 냉수 섭취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여 계약 유지 등에 관한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각 정수기를 계속 이용하게 하였는바,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있으며, 피고의 고지의무 불이행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피고가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계약자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각 정수기의 정수(냉각) 과정에서 발생하였거나 발생하였을 수도 있는 니켈도금 박리 혹은 니켈성분 함유 냉수 섭취의 가능성을 알았더라면, 정수기의 정수과정을 거친 냉수를 음용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별도의 조치 없이 그 음용을 계속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피고가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들의 계약 유지 등에 관한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기회를 박탈시키는 등의 무형적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각 정수기의 문제를 인식하고도 이를 계약자 원고들에게 알리지 않아, 원고들로 하여금 각 정수기를 계속 사용하게 한 점, 최초 이상 증상 발견한 때로부터 1년이 지난 2016년 7월경 이를 폭로하는 언론 보도가 있은 후에야 비로소 보도 사실을 인정한 점, 피고가 각 정수기의 대부분을 회수하였고, 교환 또는 해지와 더불어 사용료를 환불하였으며, 향후 납부할 정수기 사용료를 면제하는 등 상당한 정도의 사후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 위자료 액수를 1인당 100만원으로 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