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퀴어축제' 영상 보여준 초교 교사에 '동성애 옹호'라고 비난한 학부모단체…300만원 배상하라
[손배] '퀴어축제' 영상 보여준 초교 교사에 '동성애 옹호'라고 비난한 학부모단체…300만원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0.05.2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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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실 확인 않고 심한 정신적 고통 주어…불법행위"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교사 A씨는 2017년 수업시간에 자신이 다녀왔던 퀴어문화축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전학연)은 2017년 8월 23일 "A씨가 '항문섹스는 인권이다! 정말 좋단다', '남자는 다 짐승' 등 정상적인 교사라면 상상할 수 없는 짓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뻐젓이 하며 학교, 학부모를 농락하고 있다. A씨가 동성애에 대한 옹호와 남성혐오를 가르치는 등 문제 있는 수준 이하의 교사다"라며 A씨의 징계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어 9월 5일에는 강동송파 교육지원청 앞에서 A씨의 파면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면서 '페미니즘 동성애 남성혐오, 친구 간 우정을 동성애로 인식하게 한 동심파괴자 A 교사를 즉각 파면하라'는 표현들을 사용했다. 전학연은 같은해 9월 22일 A씨가 근무하는 초등학교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오늘 초등학교 교육현장은 그야말로 동성애 교육장이 되어 있습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학생들에게 '항문섹스는 인권이다! 정말 좋단다'는 말이나 남성을 혐오하거나 동성애를 조장하는 말을 한 사실이 없고, A씨가 학생들에게 보여준 동영상에도 이와 같은 표현은 없고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만 찍혀 있었다. 이에 A씨가 전학연과 이 단체의 대표 이 모씨를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전학련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아니하고 성명서에 발표하고 피켓시위를 하는 것은 원고에게 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 이씨는 피고 전학련의 대표로서 이를 주도적으로 행한 점에서 피고 전학련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고도 아직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수업과는 전혀 무관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이에 관해 이야기함으로 그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큰 걱정을 끼치게 하여 이것이 빌미가 되어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며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를 300만원으로 정했다.

이에 피고들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4월 29일 심리불속행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9다302121). 법무법인 여는이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