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 노조 탈퇴 권유' 부탁한 어린이집 원장…부당노동행위"
[노동]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 노조 탈퇴 권유' 부탁한 어린이집 원장…부당노동행위"
  • 기사출고 2020.05.01 09: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사용자의 행위와 같이 평가할 수 있어"

어린이집 원장이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노동조합 탈퇴를 권유하도록 부탁했다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4월 9일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원장 A씨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어린이집 교사의 노조 탈퇴를 권유하도록 부탁한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68480)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유현이 A씨를, 피고보조참가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법무법인 여는이 대리했다.

보육교사 5명, 조리원 1명 등 상시근로자 6명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18년 8월 20일경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의 학부모인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노조 분회장인 보육교사 박 모씨에게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권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다음날 오후 박씨에게 카카오톡으로 "원장님이 노조 탈퇴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셨으나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원장님께 말씀드렸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이에 박씨는 퇴근 후 학부모 운영위원장과 한 시간가량 전화통화로 A씨의 노조 탈퇴 권유에 대한 대화를 하였고, A씨는 다음날인 8월 22일 박씨와 면담하며 박씨에게 "조합에서 탈퇴하기를 바라며, 노조 활동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보육과 맞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하였다.

이에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A씨의 행위가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 지방노동위원회가 'A씨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가 노조를 탈퇴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행위 및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행위는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하고, 이에 A씨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동일한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5명 중 박씨를 포함한 4명이 2017년 3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 가입하여 조합원으로 활동하였고, 박씨는 분회장으로 활동했다. 이 어린이집에는 보육아동 약 28명이 있다.

재판부는 먼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노동조합의 탈퇴를 권고 · 요구하는 행위는 노조의 조직에 대하여 간섭 · 방해하는 행위로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이때 사용자가 제3자를 통하여 근로자에게 노조의 탈퇴를 권고 · 요구하거나 근로자들의 노조 탈퇴를 원하는 사용자의 의사를 전달한 경우에도 사용자의 행위와 같이 평가할 수 있는 이상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2018. 8. 20.경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박씨에게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권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학부모 운영위원장이 박씨에게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부탁을 받은 사실을 전달하였다"고 인정하고, "여기에 원고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위와 같은 부탁을 한 이유는 사용자인 원고가 직접 노조 탈퇴를 권유할 수 없어 학부모 운영위원장을 통하여 박씨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 위함이었던 점, 원고는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들의 참가인(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가입 사실과 함께 보육교사의 노조 탈퇴 필요성 등에 관한 의견도 피력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원고에게 '더 이상 원고와 박씨 사이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말하여 원고의 위 부탁을 완곡히 거절하였으나, 노조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에서 탈퇴하기를 희망하는 원고의 의사를 박씨에게 그대로 전달한 점,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박씨의 노조 탈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 원고의 부탁이 없었다면 박씨에게 노조 탈퇴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박씨에게 노조 탈퇴를 권해 달라'는 말을 하여 학부모 운영위원장으로 하여금 박씨에게 원고의 위와 같은 의사를 전달하게 한 것은 노조의 조직에 대하여 간섭 · 방해하는 행위로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가 8월 22일 박씨에게 한 발언에 대해서도, "원고는 2018. 8. 22. 박씨와 대화할 당시, '노조 가입으로 (A씨의)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 활동은 보육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박씨가 노조를 탈퇴해야 선생님들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하였는데, 이는 박씨의 노조 가입 자체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노조 가입으로 인한 불이익을 언급하며 탈퇴를 종용하는 내용으로 노조의 조직에 대한 간섭 · 방해로 보인다"며 "원고가 박씨에게 참가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구체적으로 표명하고 박씨가 참가인을 탈퇴하도록 종용한 것은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