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샤넬 매장 판매직원들의 '몸단장 시간' 연장근로수당 청구 기각
[노동] 샤넬 매장 판매직원들의 '몸단장 시간' 연장근로수당 청구 기각
  • 기사출고 2019.11.0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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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사용자 지시, 조기 출근' 증거 부족

샤넬코리아의 백화점 매장 판매직원들이 백화점 개장 전 매일 30분씩 일찍 출근하여 메이크업과 엑세서리 착용을 하는 몸단장 시간을 가졌다며 이 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졌다. 사용자가 판매직원들에게 정규 출근시간보다 매일 30분씩 일찍 출근할 것을 지시하였다거나, 직원들이 실제로 30분씩 조기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최형표 부장판사)는 11월 7일 류 모씨 등 샤넬코리아의 전국 백화점 매장 판매직원 335명이 "몸단장 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7가합562931)에서 류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원고들을, 샤넬코리아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샤넬은 매달 류씨 등을 포함하여 백화점 판매직원들에게 '그루밍 가이드(grooming guide)'를 배포하고 회사가 정한 메이크업, 향수, 액세서리 착용 지침 등에 따르도록 하였는데, 그루밍 가이드에서는 화장 부위(아이, 립, 네일)별로 사용해야 할 샤넬의 제품이나 액세서리 착용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샤넬은 그루밍 가이드에 따른 메이크업, 향수 제품 등을 전국 각 백화점의 샤넬 매장에 정규직원 수에 맞추어 발송하였고, 류씨 등은 출근 후 매장에 비치된 해당 제품을 이용하여 그루밍 가이드에 따라 메이크업 등을 마치고 매장 청소 등 개점 준비를 했다. 류씨 등과 샤넬 사이의 근로계약이나 샤넬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고 있는 정규 출근시간은 오전 9시 30분. 오전 시차 근무제의 정규 출근시간은 오전 11시다.

류씨 등은 그러나 "정규 근무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인데, 회사가 오전 9시까지 조기 출근하여 그루밍 가이드에 따른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착용 등을 오전 9시 30분까지 완료하도록 지시했다"며 2014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약 3년간 매일 30분씩 조기 출근하여 제공한 연장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의 리테일 매니저로 근무하는 차장이 2015. 7. 1.경 작성한 '매장 관리 매뉴얼'에서 정규 출근시간보다 20~30분 일찍 출근하지 못하고 제시간에 출근하는 것을 질책하는 듯한 기재가 발견되기는 하나, 그 해당 문구 바로 뒤에는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날, 크고 작은 행사가 계획된 날, 새로운 제품 출시일, 한 달을 마무리하는 달 등에는 무언가 되짚어 보고, 미리 점검하여 만반의 준비로 여느 날과 다른 여유 있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하고 있어 앞서 본 문구는 행사 준비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업무상 조기 출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점, 위 자료는 피고의 매장 책임자(카운터 파트너)들을 상대로 한 교육 자료로서 매장 관리 전반에 관한 기본사항을 다루고 있고, 내용의 대부분이 기본에 충실하고 업무에 철저히 임하라는 등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 달리 피고가 09:00를 기준으로 백화점 판매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30분 조기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하였다는 정황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9시 30분보다, 또는 11시보다 2~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는 문구의 기재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시적으로 30분 일찍 출근하여 09:30까지 그루밍 가이드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마칠 것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정규 출근시간 09:00 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09:30까지 그루밍 가이드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완료할 것을 지시하였다거나 원고들이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 · 감독 아래 이 사건 청구기간에 매일 09:00경 출근함으로써 근로계약 등에서 정한 출근시간보다 상시적으로 30분씩 조기 출근을 하고 실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샤넬의 리테일 매니저로 근무하는 차장이 2015년 7월 1일경 작성한 '매장 관리 매뉴얼' 교육 자료에는 '현재 적지 않은 수의 카운터 매니저들은 9시 30분이라는 시간에 강박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맞추어 출근하고 있습니다. 시차로 출근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9시 30분보다, 또는 11시보다 20~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고 기재되어 있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 중 일부는 2017. 1.경 09:00 전에 피고의 리테일 매니저로 근무하는 또 다른 차장에게 '차장님, 출근 보고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등 출근 사실을 알리는 취지의 카카오톡 문자를 오전 9시 이전에 여러 차례 발송한 사실, 다수의 백화점 CCTV 영상에는 피고 매장의 판매직원들이 09:00 이전에 출근하여 그루밍가이드에 따른 메이크업을 하거나 개점 준비 등을 하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만으로는 원고들이 30분씩 조기 출근하여 실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재판부는 "원고들이 청구기간 중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정규 출근시간인 09:30보다 30분 이른 09:00경 출근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출퇴근 기록은 남아있지 않고, 원고들이 제출한 피고 매장의 CCTV 영상이나 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은 모두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 촬영되거나 수집된 것들이며,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일부 백화점 매장의 CCTV 영상에서는  09:00경 조기출근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도 한다"며 "원고들은 백화점 내 피고 매장에 출근한 이후 개점 준비(환복, 휘장 걷기, 컴퓨터 시스템 로그인), 그루밍(메이크업 등), 매장 청소, 백화점 행사참여 등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데에 총 90분 내지 10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주장하나, 그루밍가이드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포함하여 개점 준비를 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을 명백히 초과하여 30분의 조기 출근이 불가피하다거나, 원고들이 조기 출근한 09:00경 이후부터 정규 출근시간인 09:30경까지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 · 감독 아래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